본보 10월 19일자 플러스 과학면(A25면)에 실린‘어느 기하학자의 한글창제’기사를 읽고 원로 국어학자인 이응백(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글을 보내 왔다. 건전한 논의를 위하여 요약해 게재한다.
고등과학원 최재경 교수가 한글 창제의 원리를 응용해 1[v], 工[f], @[z], B[ð], C [i]와 같은 글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어학자가 아닌 수학교수로서 일찍부터 이 방면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를 해온 데 경의를 표한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한글이 표음문자 중 자음과 모음이 풍부하고 제자(制字) 원리도 합리적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말이든 한글로 적은 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외국인이 이를 읽으면 그 나라 말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국제음성기호 [k t p]를 영어로는 [크 트 프]로 발음하고 프랑스어로는 [끄 뜨 쁘]로 다르게 발음하는데 한글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적을 수 있다.
이처럼 훌륭한 한글의 제자 원리를 응용하면 외국어의 발음을 좀 더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해 최 교수처럼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
이를 최 교수가 만든 표기 방법과 비교하면 very의 ‘(리’는 ‘4리’로, fan의 ‘)’은 ‘*’으로, zet의 ‘+트’는 ‘5트’로, the의 ‘0’는 ‘1’로, thank you의 ‘2큐’는 ‘3큐’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자 원리와 글자 모양에서 특별한 이질감이 없기 때문에 나라 안팎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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