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선 경
삶의 바닥은 늘 염전(鹽田)이다
발자국마다 고이는 시간의 간수
얼금뱅이 곰보 왕소금
헉헉 나는 목마른 낙타같이 숨이 차
사막의 모래등 같은 혹 떼어 버리고 싶지만
쌍봉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내 생애의 소금가마니
달마의 눈꺼풀같이 휙 떼어 던져 버리지 못 한다
끝끝내 던져 버리지 못 한다. 그래서
저 소금 장수의 짚신같이 늘 간수가 흐르는
내 삶의 바닥은 늘 염전(鹽田)이다.
오오 저 마흔 몇 해
잘 저린 자반고등어 한 마리.
- 시집 ‘몽유도원을 사다’'(천년의시작) 중에서
‘몽유도원’ 아니고서야 짐 없는 사람 있으려고요. 낙타는 혹을 불평하지만 혹이 없으면 사막을 건너지 못하고, 수사슴은 거대한 뿔이 거추장스럽지만 뿔 없으면 장가도 못 가지요. 꿀물 같은 삶이 어디 있을까요. 꿀벌이 모으는 꿀도 실은 땀이란 걸 잘 아시잖아요. 바닥마다 밟히는 얼금뱅이 왕소금이 쓰라려도 삶이 상하지 않는 건 그 때문이지요. 소금 없이 누가 살 수 있나요. 저마다 짐이 날개이지요. 곳곳에 소금 내로군요. 여기도 저기도 자반고등어 안녕?
시인 반칠환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