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서양철학의 양대 흐름으로 유럽대륙의 현상학과 영미권의 분석철학을 상호비교를 통해 비판적으로 안내한 30년 전 책을 대폭 보강해 새롭게 냈다. 현상학이 자연현상을 다루는 과학 대 정신현상을 다루는 철학이라는 반(反)과학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실존주의 및 해석학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명쾌히 설명했다. 반면 분석철학은 형이상학의 공허함을 비판하는 반철학적 전통에서 언어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은 과학적 철학을 표방하게 됐음을 차분히 소개했다. ‘삶의 세계’를 겨냥한 현상학과 ‘삶의 양식’을 겨냥한 분석철학을 상호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바라본 통찰이 빛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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