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와 1000년 전 인류의 가장 큰 차이는? 지금 인류는 유례없이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최초의 세대라는 것이다. 20세기 초부터 수많은 물질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은 각종 가공식품과 약품과 함께 산다. 한때 연구실에서 개발한 합성 화학물질이 자연의 먹을거리와 약재보다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참살이 바람을 타고 자연식품이 인기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매일 아침 합성 화학물질인 비타민을 먹는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끔찍할 정도로 실상을 보여 준다.
어느 날 아침 당신은 방염제를 입힌 매트리스에서 일어난다. 매트리스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한다. 욕실에서 발암물질인 불소와 염소가 가득한 수돗물로 씻는다. 방으로 돌아와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입는다. 이 옷엔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가득하다. 부엌에서 화학식품 첨가물이 들어간 시리얼을 먹는다. 시리얼 속 감미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로 가득하다.
출근 전 집안에서 이미 수백 가지 합성 화학물질을 흡수했다. 집 밖의 훨씬 해로운 물질은 접촉하지도 않았다. 비육우(肥肉牛·질 좋은 고기를 많이 내기 위해 살이 찌도록 기르는 소)는 생식기능장애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게스테론과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으로 키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표시도 쉽게 신뢰할 수 없다. 저자는 FDA는 약의 안정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업체가 제공하는 자료를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다. 미국 감사원이 200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0년간 화학 기업들이 시장에 출시한 수만 종의 물질 중 불과 15%만 FDA에 자료를 제공했다. “우리가 식인종이었다면 인육은 십중팔구 식용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매 금지됐을 것”이라는 냉소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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