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고 싶은 남자…KBS1 ‘병원’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4시 01분


여기, 하늘을 볼 수 없는 남자가 있다.

90도로 굽은 허리를 가진 서른아홉 살 김영기 씨. 고개를 젖히거나 옆으로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해 2m 앞도 보기 힘든 그에겐 세상 곳곳이 장애물이다. 걷기도 힘들다. 5분이면 갈 거리도 그에겐 반나절을 쏟아야 하는 대장정이다.

KBS1 TV 현장기록 ‘병원’은 30일 밤 11시 40분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김 씨의 시련과 도전을 다룬 ‘달팽이의 꿈’ 편을 방영한다.

스무 살 무렵 군 입대 후 허리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김 씨는 스물세 살부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허리가 굽기 시작했다. 동시에 푸른 하늘을 못 본 지도 벌써 16년째. 남들처럼 변변한 직장을 가져본 적도 없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걸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됐다. 더구나 증세가 심각해져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텃밭을 가꾸는 일마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

하지만 온몸이 불편한 그의 손발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어머니다. 얼마 전 후두암을 앓고 난 후 기력이 전 같지 않지만 어머니는 새벽마다 건물 청소를 나가신다. 장성한 아들을 집에 두고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를 보며 김 씨는 위험한 결심을 하게 된다.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완전히 굽은 허리 때문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실패하고 마취조차 쉽지 않지만 그는 도전을 포기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양원선 PD는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어머니와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아들의 집념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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