拂(불)은 여기에서는 거스른다는 뜻으로 앞의 逆(역)과 통한다. 拂心之事(불심지사)는 마음에 못마땅한 일을 가리킨다. 拂(불)은 털다 또는 닦는다는 의미이다. 치거나 때리다 또는 스친다는 뜻과 옷을 걷는다는 뜻이 있다. 拂耳(불이)는 귀에 거슬린다는 의미와, 귓가를 스치다 즉 들은 적이 있다는 의미가 있다. 拂衣(불의)는 옷을 걷어붙이며 격분한다는 뜻도 있고, 옷의 먼지를 털고 은거한다는 뜻도 있다.
언제나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언제나 만족스러운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덕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귀에 거슬리는 忠言(충언)이라고 하였듯이 듣기 싫은 말이 비로소 자기 발전에 유익하다. 또 세상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열 가운데 여덟아홉이라고 했는데, 어려우면 깊이 사려하게 되고 편안하면 태만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은 피할 수 없지만 태만에 따른 위험을 방지할 좋은 장치가 된다.
洪自誠(홍자성)은 이르길, 듣기 좋은 말만 듣고 마음에 드는 일만 있다면 그것은 강한 독극물에 생매장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보통은 거슬리는 말은 훌훌 털어버리고 싶고 여의치 않은 일에는 원망이 일고 사기가 꺾인다. 그것이 오히려 기꺼이 듣고 간직해야 할 것인데도 말이다. ‘菜根譚(채근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