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용계 최대 관심작인 미하일 포킨의 발레 ‘춘향’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1936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사랑의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초연된 이래 71년 만에 원작 그대로 복원된 ‘춘향’이 31일 모국 무대에서 처음 막을 올리는 것.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춘향’의 복원 공연은 세계적 안무가 포킨의 명성에 힘입어 이미 마지막 날 공연(3일)까지 VIP석과 R석 등이 거의 다 나간 상태다.
복원 과정에서 이미 알려졌듯 ‘춘향’은 익살스럽고 유쾌한 소품 발레다. 포킨은 ‘부유한 고관의 구애를 물리치고 진실한 사랑을 택하는 춘향’이라는 모티브만 원작에서 가져오고 나머지는 모두 새롭게 각색하고 비틀었다.
포킨의 발레에서 극중 주인공의 이름은 ‘춘향(당시 표기는 충양)이다. 춘향 모인 월매 대신 아버지 ‘만다린’이 등장하고 변 사또는 외국에서 온 대사로 설정됐다. 암행어사가 출두해 변 사또를 벌하는 장면은 이 도령이 거대한 용의 탈을 쓰고 나와 춘향을 데리고 가려는 대사를 혼내주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국립발레단은 포킨의 ‘춘향’이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춘향전’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공연에 앞서 포킨이 초연했던 ‘춘향’ 공연의 사진 등 영상 자료와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자막을 내보낼 예정이다.
초연 당시 첫 ‘춘향’을 맡았던 베라 넴치노바를 비롯해 마리야 루아노바, 타마라 투마노바, 알리시아 마르코바, 나탈리 크라솝스카 등 정상급 발레리나들이 ‘춘향’을 맡아 왔다. 이번 무대에는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과 주역급 솔리스트 노보연이 번갈아 맡는다. 이도령 역은 김현웅과 이원철이 출연한다.
‘춘향’은 30분밖에 되지 않는 소품 발레여서 국립발레단은 ‘춘향’ 외에 포킨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발레 ‘레 실피드’(30분)와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뮤자게트’(50분) 등도 함께 선보인다.
세 작품이 모두 독립적인 작품인 만큼 무대 전환 때문에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20분씩 2차례 중간 휴식이 있다.
11월 3일까지.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2만∼10만 원. 02-587-618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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