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속에 자전거가 들어왔다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페달 밟으며 출근 몸도 마음도 굿모닝∼

회사 스트레스 저녁 바람에 훌훌∼

출퇴근 길이 신나는 자·출·족

《30일 오전 마포대교 남단의 한강둔치 자전거길.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명욱(37·서울 마포구 성산동) 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하다. 김 씨의 집에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회사까지 거리는 20km. 3년 전 허리디스크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그는 “건강도 지키고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면서 싱글벙글이다. “저쪽 다리에 줄지어 서있는 차들을 보세요. 자동차로 회사를 오갈 때는 1시간 10분이나 걸렸죠. 지금 자전거로 쌩쌩 달리면 50분 내에 도착합니다.” 고유가가 계속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족’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자전거 동호회 모임만 줄잡아 1000여 개에 이른다. 》

○ 처진 배가 쏙 들어가고 허리-관절염에도 좋아

자전거 출퇴근 4년차인 직장인 김준영(36·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집에서 마포구 상암동 회사까지 왕복 40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김 씨는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와 자전거가 비슷하지만 아침에 맑은 공기를 쐬면서 느끼는 상쾌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또 다른 즐거움은 몸짱이 된 것. 자전거를 탄 이후 한 달에 평균 1∼2kg의 체지방이 빠졌다. 빠진 체중은 단단한 근육질로 바뀌었고 처진 아랫배는 쏙 들어갔다. 예전에는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찼지만 자전거를 탄 이후 폐활량이 늘면서 산을 오르면서도 별로 숨찬 것을 모르겠다고 한다.

1년 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직장인 최정호(42·서울 마포구 공덕동) 씨는 매일 아침 집에서 의정부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직장과 집이 가까워 일부러 멀리까지 나간다. 최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단백 고지방 음식은 피하는 등 다이어트에 매달렸다”면서 “지금은 자전거 덕분에 음식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송상호 강서제일병원 원장은 “자전거는 안장이 체중을 지지해 주기 때문에 허리 근육이 튼튼해지고 관절염 환자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다”면서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순환기 계통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신 운동”이라고 말했다.

○ 페달은 분당 90회가 적당… 안장은 섰을 때 골반 높이로

숙련자든 초보자든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발목이나 팔 부위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기어를 낮춘 상태에서 분당 100회 정도로 10분간 페달을 밟으면 초기 워밍업이 된다. 일단 자전거를 몸에 맞게 조절하는데 안장은 자전거 옆에 똑바로 섰을 때 골반 높이가 적당하다. 다리가 페달까지 일직선으로 완전히 펴질 정도가 돼야 무릎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핸들 높이는 안장과 평행하거나 핸들이 1∼5cm 정도 높은 것이 좋다. 안장에 앉아 핸들을 잡으면 몸이 45도 각도를 이뤄야 한다.

이상적인 페달 회전수는 분당 90회 정도. 초보자는 분당 60∼70회 페달을 회전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잘못 타면 몸 여러 곳이 쑤신다. 엉덩이가 아프다면 안장 높이를 조절하거나 10분에 한 번씩 페달에 의지해 엉덩이를 들어준다. 도로 턱이나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엉덩이를 반드시 들어야 충격이 적다. 페달에 놓인 발의 위치가 나쁘거나 양발에 비슷한 힘으로 페달을 돌리지 못하면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 타는 순간 자동차로 간주… 역주행은 위험천만

가장 필수적인 자전거 보호장구는 헬멧이다. 미국에서는 자전거 사고의 75% 이상이 머리 부상이다. 인라인 스케이팅용 헬멧을 사용해도 괜찮다.

헬멧 외에 자외선을 차단하고 눈의 건조를 막아주는 고글, 손을 보호하는 장갑이 기본적인 보호장구에 속한다.

또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안전등도 필수다. 매연, 꽃가루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버프(마스크) 착용도 도움이 된다.

일단 자전거는 타는 순간부터 ‘자동차’로 간주하면 된다. 도로교통법상으로도 차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차가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쳐도 이에 대한 책임은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진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치지 않도록 자전거에서 내려서 걷는다.

인터넷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모임’의 오종렬(31) 운영자는 “보행도로나 한강둔치에서 자전거 사고가 나도 자동차 사고와 동일하게 간주되므로 주의 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자전거 탈 때 도움이 되는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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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10만원대 유사MTB로도 가뿐▼

‘어떤 자전거를 장만해야 하나.’

자전거족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자전거 종류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비싼 것은 1500만 원 정도로 소형 자동차 가격과 맞먹는다.

자전거를 잘 선택하려면 자신이 주로 타고 다니는 길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

주로 자전거 도로나 노면이 고른 곳을 다닌다면 속도가 빠른 사이클이 좋다. 반면 인도를 주로 달리고 노면이 울퉁불퉁하다면 산악자전거(MTB), 또는 가격이 저렴한 유사 MTB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MTB의 가격은 50만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유사 MTB는 15만∼2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100만 원이 넘는 MTB는 무게가 10kg 정도다. 30만∼40만 원대는 무게가 15kg, 그 이하의 가격이면 20kg이 넘는다. 비싼 MTB일수록 가벼워도 내구성이 좋다.

최근에 나온 ‘하이브리드형 자전거’는 튼튼한 MTB 몸체에 빠른 사이클용 타이어를 결합한 형태다. 하이브리드형은 자전거전용도로, 차도, 인도가 섞여 있는 도심에서 무난히 탈 수 있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바퀴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미니 벨로’도 인기다. 접을 수 있는 폴딩형은 대중교통과 연계해 출퇴근할 때 편리하다. 기어가 없는 제품은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으며 무게도 10∼14kg으로 가볍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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