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마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엄마 곗돈까지 날리던 백수건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엄마의 재혼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새 아버지가 될 사람이 대형 식품기업의 사장이라는 것!
“남들은 엄마의 재혼으로 백호가 로또에 당첨됐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직은 집과 회사에서 미운 오리 새끼일 뿐이랍니다. 회사에서는 낙하산이고 집에서는 의붓아들이니까요.”
재혼 가정의 현실을 담담히 그려낸 KBS 1TV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월∼금 오후 8시 25분)의 김지석(26·사진). 처음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갑작스러운 인기와 관심에 그도 극중 강백호처럼 로또에 당첨된 기분은 아닐까.
그는 “얼마 전 찜질방에 갔다가 아줌마들이 과도하게 접촉해 혼이 났다”며 입을 열었다. “김아중 구혜선 씨 등 일일드라마에 출연한 여주인공은 무조건 뜬다는 공식이 있다면서요. 이제 제가 한번 바꿔 봐야죠. 남자 주인공도 뜬다로요.”
그의 얼굴은 낯익지만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5인조 그룹 ‘리오’의 래퍼 출신.
그 후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2006년)의 공중보건의 김경민, ‘사랑하고 싶다’(2006년)의 택시운전사 지은우, ‘일단 뛰어’(2007년)의 건들건들한 경찰 배만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얼굴을 알려 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년)에서는 딱 한 장면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김아중에게 얻어맞는 남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일일드라마의 주연을 거머쥐며 주목받는 신인이 됐지만 그도 백호처럼 백수였던 적이 있었다고. “가수 생활을 접은 22세 때였어요. 22일 동안 달랑 30만 원 들고 자전거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갔죠. 그때 알았어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는 거. 당장 그길로 방황을 접었죠.”
순수하고 열정적인 백호의 모습도 딱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다. “가끔 백호를 연기하다 보면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넉살 좋고 능글맞아요. 그래도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니 미워할 수 없죠.”
앞으로도 백호의 좌충우돌이 예상된다. 얼마 전 방영분에서 시식 샘플을 다 먹어 버리고 징계를 받은 백호는 나단풍(한지혜)과의 사랑싸움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제부터 한 집안의 아들로서, 나단풍의 남자로서 인정받는 과정이 그려질 거예요. ‘꼴통’이 점점 변해 가는 모습을 연기하니 저도 같이 백호와 자라는 것 같네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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