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동물들과 교감하다 낯선 세상 마주친 야생소년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03분


◇그 따위 자전거는 필요 없어/곤살로 모우레 지음·박지영 옮김/200쪽·8500원·파란자전거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란다.’ 어머니의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자신을 어른이 아닌 아이처럼 대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말해 줘야 알죠’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열네 살, 처음 맛보는 인생은 정말 복잡했다.”

실베스트레의 본명은 하비에르. 스페인 시골 마을의 레타마 말 농장에 사는 열네 살 소년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승마를 즐기는 그에게 ‘야생소년(실베스트레)’은 적당한 별명이었다.

여느 시골에 사는 소년이 그런 것처럼 실베스트레도 친구가 많지 않다. 무뚝뚝한 아빠와 다정한 엄마, 이웃 살바베 조류연구소의 보스코 아저씨가 전부다. 그리고 ‘그림자 친구’ 페르민이 있다. 야생소년의 잔잔한 삶은 우연한 라디오 출연으로 파문이 인다. 함께 출연했던 환경운동가 겸 작가 호머가 그의 진가를 알아본다. 작고 차분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목소리. 호머는 실베스트레가 MC를 맡는 환경 TV다큐멘터리를 기획하는데….

담백하다. ‘그 따위 자전거는 필요 없어’의 이야기 구조는 주인공과 그대로 닮았다. 실베스트레의 침묵은 이목을 끄는 여백이다. 평범한 몇 마디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뻔한 내용인데 읽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책. 그 가운데 ‘요술 소년’ 실베스트레가 있다.

야생소년의 마법은 특별한 게 아니다. 실베스트레는 애마 니마에게 채찍을 들지 않는다. 가만히 등에 누워 마음을 전한다. 강아지 칭기즈도 그렇게 훈련시켰다. 진심을 담았기에 동물들은 순종한다. 진실을 말했기에 사람들은 감동한다. 마법의 비결은 순수함이었다.

그러나 TV 출연은 실베스트레에게 균열을 가져온다. 그림자 친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아’ 그의 곁을 떠난다. 소신껏 얘기하라던 호머와 TV관계자들은 광고주의 눈치를 본다. 아빠 엄마도 “답은 네가 잘 알잖니”다. 언제나 답을 주던 자연과 달리 인생은, 쉽지가 않다.

책은 닫혀 있지 않다. 소녀 로레나와의 감정도, 삐걱거리던 아빠와의 관계도 내버려둔다. 아이는 자라며 상상을 잊어가듯, 뭔가를 배우면 뭔가를 잃는 시간을 관망할 뿐. 그렇게 변해가는 게 성장임을 넌지시 일깨운다. 다만 그 성장통에 힘들어하는 소년의 어깨를 두드릴 뿐. 어른이 할 몫이란 그런 것이다. 원제 ‘A La Mierda La Bicicleta’(1993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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