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불편 무시… 방송사 배만 불려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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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논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간광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선택의 여지없이 중간광고를 몇 차례 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방송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각종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신료를 내는데 이젠 중간광고까지 봐야 하나’, ‘방송이 공익성을 상실했다’, ‘시청자 기본권을 무시한 오만’ 등 불만이 쏟아졌다. 이번 방송위의 결정 과정을 뜯어봐도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방송위 관계자도 “여론 조사 등 시청자에게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시인했다.

○시청자 불편-방송 공익성 훼손 심각

중간광고가 그동안 현행 방송법에서 엄격히 규제된 이유는 무엇보다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 중간광고는 시청자에게 광고가 프로그램에 침투하는 느낌을 주고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김혜경 YMCA 어린이 영상연구회 회장은 “어린이의 경우 광고와 프로그램을 잘 구분하지 못해 광고주의 판매 의도에 현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과 광고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광고 효과는 뛰어나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측은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 시청률은 1∼2%인데 중간광고 시청률은 해당 프로그램 시청률에 육박하기 때문에 광고 단가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선정성 경쟁은 불을 보듯 훤하다. 지상파 방송의 공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중간광고는 광고 단가의 상승→상품 원가의 상승→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 영국 일본은 공영방송의 경우 광고 자체를 금지한다.

○지상파 독과점… 매체 간 불균형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지상파 광고가 2002년 2조4397억 원(35.6%)에서 2006년 2조1839억 원(28.6%)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중간광고를 허용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간 최대 53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케이블TV 등 나머지 매체는 “중간광고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생겨 매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등 미디어 전반에 큰 파문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광고비 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자구책이 있음에도 방송사들이 ‘중간광고’라는 손쉬운 방식을 택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것.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경영혁신 등 재정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음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추진한 것은 졸속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정권 말기를 맞아 중간광고 도입뿐 아니라 수신료 인상, 광고요금 인상, 다채널 서비스(MMS) 등 ‘방송사 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근 선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지상파의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앞세운 방송위가 좀 더 상업적인 광고 제도의 도입으로 이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사회적 감시활동이 느슨한 틈을 이용한 정권 말기 현상”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의 낮방송(2005년)이 허용됐고 지난달에는 방송 광고 요금을 평균 7.9% 올리려다 광고주협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이 잘 안 될 것 같으니 중간광고를 도입해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1일 국회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방송위원회의 중간광고 추진은 정권 말기 지상파 방송사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의원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중간광고 허용 논의를 2일로 연기한 데 대해 “국정감사가 끝난 뒤 논의하려고 미룬 것이냐”고 따졌다.

언론학자들도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혁신, 인력조정 등 진지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방송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편”이라며 “중간광고 도입에 따른 시청자의 불편이 커지는 만큼 ‘프로그램 품질 향상’ 등 대안을 미리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재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전체 미디어 시장을 봐야지 지상파 방송 한 쪽만 보는 것은 심각한 매체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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