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85>窮亦樂, 達亦樂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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窮(궁)은 몸이 구덩이에 빠진 형태이다. 여기서는 뜻을 못 이루어 곤궁하다, 즉 출세하지 못해 궁박하다는 뜻이다. 窮乏(궁핍·가난함)에서처럼 빈곤하다는 뜻도 있다. 또 마치다의 뜻이 있고, 극에 달하거나 그치다의 뜻이 있다. 窮究(궁구)는 깊이 파고들어 연구한다는 뜻이고 窮理(궁리)는 이치를 끝까지 따진다는 뜻이다. 窮僻(궁벽·후미져서 으슥함)에서처럼 외지다의 뜻도 있다. 亦(역)은 역시의 뜻이다. 樂(락)은 즐긴다는 뜻이다. 좋아한다는 뜻이면 ‘요’로 읽고, 음악의 뜻이면 ‘악’으로 읽는다.

達(달)은 통한다는 뜻이다. 즉 막힘이 없이 트이다 또는 사물의 이치를 잘 안다는 의미이다. 도달하다 또는 전달한다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顯達(현달), 즉 출세와 성공을 뜻한다. 앞의 窮(궁)과 반대의 뜻이다. 窮達(궁달)은 곤궁함과 현달함, 즉 출세함과 그렇지 못함을 의미한다. 達人(달인)은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나 활달하고 호탕한 사람, 또는 현달한 사람 즉 출세하여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을 가리킨다.

궁박함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꺼릴 것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며, 또 만사에 긍정적이면 궁한 처지에서도 늘 즐거울 수 있다. 반대로 입신하여 성공하면 이상을 펼칠 기회가 있고 은택을 많이 베풀 수 있으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궁박해서 즐겁지 못한 것은 실은 남과의 비교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남과의 비교에서 얻어지는 현달함의 즐거움이라면 그것은 또 언제나 잃어버릴 수 있다. 진정한 군자는 남과의 비교를 떨쳐버리고 궁박하거나 현달하거나 언제나 즐긴다. 그것이 진정 자신을 아끼는 길이리라. 秦(진)나라 呂不韋(여불위)가 빈객들을 시켜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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