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상이변이라는 한시적 현상과 기후변화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올해 노벨 평화상 주인공으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선정되며 회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잠재워졌다.
이번 노벨상 선정은 기후가 변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인류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저자는 지나온 갈등의 기간에 이 논리의 편에서 방대하고 다양한 지식을 축적해 온 과학자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기후변화는 인간의 책임이란 사실을 과장되지 않은 시각으로 차분히 정리했다.
이 책이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용어로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런 과학적 내용까지 왜 꼭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라는 문제가 무엇보다 전 지구적 문제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후는 느리고 장기적으로 변화한다. 이 때문에 기후 개선을 위한 단기적 노력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책이 제공하는 미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제부터 수십 년 혹은 더 많은 세월을 끊임없이 노력해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을 제로로 만들어야 겨우 기후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보이는 현실을 낱낱이 보여 준다.
이 책은 단순한 노력이 아닌 생활 패턴을 바꾸고 산업 및 경제의 급격한 변화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제공하는 과학적 지식은 이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다. 원인과 현상을 규명해 대응할 지식을 공급하고, 지구를 살릴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그 해답에 다가간다. 나아가 이런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환경보호라는 눈앞의 목표와 화석원료를 대체할 새로운 재생 에너지 개발과 같은 기후와 경제 간의 타협점을 찾는 길을 열 수 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유류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현실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소라는 명제 아래 기술개발 및 환경 관련 거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올해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이슈화한 것은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보여 주는 사례다.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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