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겨울마다 마당놀이를 들고 찾아온 극단 미추가 올해는 강력한 이미지의 조선 여성 박씨를 주인공으로 한 ‘박씨전’을 선보인다. 제목은 ‘쾌걸 박씨’.
‘박씨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로 수어사 이시백의 부인이자 박색으로 소문난 박씨의 활약상을 담은 소설.
‘쾌걸 박씨’는 ‘박씨전’을 토대로 그리스 희극 ‘리스트라테’를 섞었다. ‘리스트라테’는 아테네의 여인들이 적군인 스파르타 여인들과 연합해 집단으로 남자들과의 잠자리를 거부함으로써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내용. 박씨 부인은 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청나라로 끌려간 공녀들을 구하는 등 맹활약을 펼친다.
원전 속의 박씨는 도술과 무력을 사용해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제압해 전쟁을 마무리하지만 ‘쾌걸 박씨’의 박씨는 청나라의 황비와 공동으로 ‘성(性) 파업’을 일으켜 전쟁을 중단시킨다. 시대 배경도 병자호란 이후인 효종대로 옮겼다. 현 정권에 대한 풍자 비판을 담기 위해서다.
작가인 배삼식 씨는 “효종대는 실질은 접어둔 채 ‘북벌론’이라는 명분이 판을 치던 시대”라며 “현실을 외면한 채 개혁, 시대적 사명 같은 대의명분들을 말하는 현 정부의 모습을 풍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당놀이 3총사’인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올해도 변함없이 출연해 구수한 입담을 늘어놓는다. 16일∼12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 화∼목 7시 반, 금 토 3시 7시 반, 일 2시 6시, 2만5000∼3만5000원. 02-368-1515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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