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CSI 있다면 한국엔 별순검 있다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미국에는 CSI, 조선에는 ‘별순검’ 납시오.” 10월 13일부터 MBC드라마넷에서 방영되고 있는 조선판 CSI ‘별순검’(토 오후 11시 2회 연속방영)이 5회부터 3%를 넘으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고 있다. 원래 이 드라마는 지상파에서 ‘쫓겨났었다’. 2005년 MBC 추석 특집극으로 임시 편성된 ‘추리다큐 별순검’은 반응이 좋아 이듬해 12월 정규 편성됐지만 6회 만에 종영됐다. 이유는 시청률 저조. 결국 시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케이블로 건너가 시즌2로 제작 방영됐다. 하지만 이제 ‘별순검’은 지상파 드라마를 넘보고 있다. 》

■지상파 TV서 쫓겨난 드라마 ‘별순검’ 케이블서 대박

“촬영 초반엔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던데요. ‘왕과 나’ 찍느냐고.”(류승룡)

조선시대 수사대 ‘별순검’의 수사반장격인 총순 강승조 역의 류승룡(37). 5월경 드라마 캐스팅 제의를 받고 대뜸 물었다. “범인인가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맡은 역할이 도둑 아니면 형사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극을 시작한 그는 ‘난타’의 초연멤버로 활동하며 대학로에 발을 붙였다. ‘장진 사단’의 일원으로 영화 ‘아는 여자’에선 분홍 복면을 쓴 은행 강도, ‘거룩한 계보’의 조직폭력배, 거기에 12월 7일 공연하는 연극 ‘서툰 사람들’에서는 서툰 도둑 역을 맡았다.

“케이블이라는 제작환경과 유통구조에서 어떻게든 획기적인 ‘사고’ 한번 쳐 보자는 그 도전의식이 좋았어요. 1년 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만큼 거대 지상파 사극에 맞서 제대로 승부를 벌이는 중입니다.”(류)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문화부 염희진 기자

강승조가 묵직한 카리스마로 별순검의 수사를 지휘한다면 김강우는 뜨거운 가슴과 뛰어난 두뇌로 사건을 풀어 가는 열혈 순검이다. 진지해 보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눈웃음, 온주완(24)은 적역이었다. “김강우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저일걸요?” 시놉시스를 받고 그도 놀랐다. “키, 몸무게, 나이, 성격 100% 중 90%는 맞아떨어졌어요. 날 생각하고 쓴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절 보고 ‘기가 막히게 똑같다’고 하더군요.”(온)


▲ 촬영·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영화 ‘발레교습소’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온주완은 주로 성장 영화에 출연했다. ‘태풍태양’ ‘피터팬의 공식’ 등을 통해 흥행에는 비켜갔지만 가능성 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냉정하면서도 열정적 느낌이 좋다”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그의 역할 모델. 그는 한국의 ‘온다기리 조’를 꿈꾼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문화부 염희진 기자

드라마에 나온 수사 기법은 모두 조선시대 수사기록서인 ‘중수무언록’ ‘흠흠신서’를 참고한 것들이다. 이 중 피의 흔적을 식초 묻힌 천으로 알아보는 장면이나 양파를 피부에 붙이면 울혈이 나타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하지만 사극 수사물이라는 특성상 촬영은 쉽지 않다. 가장 큰 고역은 매회 등장하는 시체들이다. 잔인하게 목 잘린 시체, 난도질당한 시체, 눈 뜨고 죽은 어린아이 시체…. 류승룡은 “시체 역을 맡은 연기자들이 너무 고생”이라며 걱정했고 온주완은 “숨쉬는 시체들 때문에 연기에 몰입이 안 된다”며 웃었다.

20부작 중 8부까지 방영됐지만 벌써부터 ‘시즌3’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빠른 전개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어지러운 개화기 조선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게 이 드라마의 강점으로 꼽힌다.

“별순검에선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결국 범인과 희생자 모두 신분제도, 남녀차별 등에 희생된 민초들이잖아요.”(온)

“뇌를 부지런하게 굴려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저희 드라마는 가뭄에 단비라고나 할까요. 매회 에피소드 형식이라 앞부분을 못 보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일단 그 회를 보기 시작하면 너무 재밌어서 화장실도 못 가실걸요.”(류)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화보]온주완-박효주 ‘조선과학 수사대 별순검’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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