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환경재단이 발간한 ‘2007년 지구환경보고서’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적인 민간환경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가 펴낸 이 책 ‘도시의 미래’와 제목이 같다. 한국과 미국에 있는 이 두 단체가 ‘도시의 미래’를 2007년의 지구환경보고서로 동시에 출간한 셈이다. 도시의 미래가 지구 환경의 미래이면서 인류 생존의 미래란 점을 이 두 단체는 함께 주목한 것 같다.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인 32억 명이 도시에 산다. 매년 프랑스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5000만 명이 도시로 편입되고 있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온 지구와 경제시스템, 인간성의 미래가 도시 안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사 이래 지금처럼 지구의 미래가 도시 안에서 결정된 시대는 없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되는 것은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문명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밝은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도시를 통해 더 심각한 지구환경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세계화되는 도시의 미래는 불길하고 위험스러운 측면이 더 두드러질 것 같다.
도시들이 의존하고 있는 기후의 안정성, 먹을거리, 옷, 식수 등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갈수록 위험에 처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의 3분의 2는 이미 파괴되었다. 이렇게 보면 도시의 미래는 ‘절망의 미래’다.
그러나 이 책은 ‘도시의 미래’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저자들은 도시화, 도시의 물과 위생시설, 도시 농업, 도시 교통, 도시 에너지, 도시의 자연재해, 도시의 공중보건, 도시 경제, 도시 빈곤과 환경정의 등으로 주제를 나누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세계 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 도시에서 수년간 진행되어 온 위기 극복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도시의 미래’를 통한 인류의 진보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의 길을 찾고 있다.
이 책은 도시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면서 동시에 해법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면서,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전환은 비록 도시가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이지만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 인류의 절반 이상이 살게 되는 도시는 머지않아 ‘희망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발상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지구 환경 위기의 시대에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의 구체적인 행동강령이자 실천 지침으로도 읽힌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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