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문화재 발굴 ‘미적’… 수십억 비용 뻥튀기

  • 입력 2007년 11월 8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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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에 있는 충청문화재연구원이 공사현장의 문화재 조사를 하면서 실제보다 많은 비용을 청구해 수십억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발굴조사가 늦어져 충청지역의 주요 국도 건설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사 부풀려 30억 원 챙겨=대전지검 논산지청은 7일 공주시 충청문화재연구원 이모(45) 부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박모(49) 전 원장 등 이 연구원의 전현직 간부 및 연구원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장과 박 전 원장 등은 200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64곳의 공사현장 문화재를 발굴 조사하면서 연구원들의 조사 참여 기간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의뢰 기관에서 인건비와 출장 여비 등 29억1000만 원을 더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일부 간부는 이런 방법으로 부풀려 받은 돈을 유흥비로도 썼다. 이 부장은 2004∼2006년 이 연구원의 법인카드로 유흥주점 모텔 스포츠마사지업소 등에서 접대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넘게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접대비가 조사 의뢰 기관이나 감독 기관을 상대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장이 묵비권을 행사해 접대 상대방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요 국도 공사 늦추는 부작용=검찰은 논산∼부여 국도(17.35km) 확포장 공사를 비롯한 주요 도로의 공사가 문화재 조사 때문에 늦어지고 이 과정에서 갖가지 비리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충청문화재연구원은 2005년 3월 논산∼부여 국도 확포장 공사 현장에서 연구원 B 씨가 232일 발굴 조사 작업을 했다며 인건비와 출장 여비로 2330여만 원을 청구했지만 실제로 B 씨는 공사 현장에 한번도 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연구원 측이 이처럼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도 확포장 공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굼벵이 공사’로 알려진 논산∼부여 국도 확포장 공사는 1996년부터 12년째 진행 중이고 2009년 말에야 끝날 예정. 당초 200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9년이나 늦어져 지역민들의 불만이 높다.

충청문화재연구원의 이 구간 발굴 조사는 착공 때부터 시작돼 2004년까지 이어졌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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