處(처)는 곳이나 때 또는 부분을 가리킨다. 동사로 쓰면 거처하다나 머물다 또는 隱居(은거)하다의 뜻이며 처리하다 또는 처벌하다의 뜻도 있다. 處方(처방)은 병의 증상에 따라 약재를 배합하는 일 또는 그 방법을 말하며 그 폐단을 고치기 위한 대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의 不疑處(불의처)는 남들이 의심하지 않는 점 또는 일반적으로 의심스럽게 보이지 않는 점을 가리킨다. 有(유)는 가지다 또는 소유하다의 뜻이다.
方(방)은 어떤 행위나 상태가 발생한 때를 표시한다. 是(시)는 이것(그것)으로 앞의 구절을 대신한다. 여기의 方是(방시)는 바로 의심을 가지는 때를 가리킨다. 進(진)은 나아가다 즉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뜻이다. 矣(의)는 문장 끝에서 단정을 표시한다.
학습에서는 의문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데에서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할 때에 비로소 남다른 것을 찾아내고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자신이 모르는 것과 의심스러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적극적인 의심과 호기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순히 수동적 태도로 임해서는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것의 발견이나 창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질문이 많은 학생이 먼저 발전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품어가며 하는 공부에서 많은 것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宋(송)의 유학자 張載(장재)의 ‘經學理窟(경학이굴)’에 보이는 말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