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20선]<6>아침의 붉은 하늘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상품 구입을 통한 욕구 충족, 기술 변화에 대한 무감각한 수용, 돈과 경제적 가치를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 자연 세계의 한 요소로 경제를 바라보기보다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 잘못된 사고가 우리 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이 책의 제목 ‘아침의 붉은 하늘’은 ‘아침에 붉은 노을이 생기면 큰비가 내린다’는 민간의 속설에서 따온 것이다. 다가올 불행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국제 환경협약 체결에 보여 온 소극적이고 실망스러운 태도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민주당 카터 행정부의 환경위원장이었던 저자는 1980년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한 환경문제의 진상과 해결 방향에 관해 ‘글로벌 2000’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그의 의욕적 정책은 좌절되었다. 세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있어 거대한 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또 199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의 책임을 맡으면서 유엔을 무대로 한 환경협약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실감했다. 각국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국제 환경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그는 특히 미국시민으로서 미국이 보여 준 태도에 좌절을 느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 등 환경오염이 전지구적 문제로 확대된 실상을 소개하고 국제무대의 협력과 환경협약 도출이 여러 요인에 의해 형해화(形骸化)됐다고 지적한다. 그 요인으로는 기업들의 로비, 경제성장 우선주의, 자결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각국 정부의 예민한 반응 등을 들었다.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주권까지 과감하게 양보하면서도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다.

저자는 현재의 무기력한 국제 환경조약으로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환경 분야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세계환경기구(WEO)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저자는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적 성장 제일주의로 진행되어 온 것을 비판하면서도 전지구적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세계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세계화의 중심에서 미국이 강력한 역할을 맡아 주기를 기대한다. 1980년대 미국의 주도로 오존층 파괴 방지를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된 일을 예로 들면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그의 기대는 현실주의적 사고에서 나왔다.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는 미국은 환경 악화의 주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환경경영과 환경기술 개발 노력에 대해서도 국제 환경협약의 앙상한 내용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그는 현실주의적 환경론자이다. 어차피 환경문제 해결이 우리 삶의 해법을 찾는 것이라면 현실주의적 적극적 긍정적인 시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이승무 네오에코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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