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에로 영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거리 인터뷰로 시작한다. 어떤 여성은 “그거 창녀들 데리고 찍는 거 아니에요?” 하고 어떤 할머니는 “잡놈의 ××들”이라고 욕을 한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은 이렇다.
공 감독은 에로 영화인들의 애로사항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내용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 진규(조재완)가 생활고로 ‘올 누드 보이’라는 에로 영화의 조감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 어딜 가나 욕만 먹는다. 감독은 영화 속 모습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냥 커피숍에서 만나는 장면을 찍으려 해도 촬영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다. 에로 영화라고 하면 다들 싫어하니까.
“감독님, 죄송한데 제가 커피숍 주인이라도 싫을 것 같아요.”(기자) “…이해합니다.”(감독)
영화에서 진규는 에로 여배우를 소개해 달라는 친구의 말에 “그들도 보통 여자”라고 화를 냈다가 에로 여배우를 하겠다는 동네 소녀에게는 “그런 거 하면 시집도 못 가”라고 한다. 에로 여배우의 일당은 70만∼100만 원으로 제작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호황 때 제작비는 2000만 원에 촬영 기간은 5일, 싸게는 500만 원으로 하루 만에도 찍는다).
지금은 ‘야동’ 때문에 에로 영화 시장이 붕괴됐지만 2000년대 초까지는 한 달에 1000만 원 넘게 버는 여배우들도 있었다. 우리의 편견처럼 ‘험하게’ 살아온 여성들도 있고 연기를 하고 싶은데 써 주는 곳이 없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나름의 프로의식은 있지만 가족들에겐 대부분 비밀. 결혼할 때 숨겼다가 전전긍긍하며 살기도 한다.
영화 속 인물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조적으로 비하하다가 “지들은 더하면서”라고 다른 사람들을 욕한다. 자신들도 혼란스러운 거다.
공 감독은 과거 항상 자신을 ‘에로 영화인’이라고 소개했다. 반미 감정을 소재로 한 ‘깃발을 꽂으며’ 같이 특이한 에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 그도 상처받으며 성장했다.
“예전엔 에로 영화를 비난하면서도 몰래 보는 사람들을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게 일반적인 인간의 심성이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들에겐 그냥 ‘생계 수단’이다. 아무렇게나 찍는 것 같다고? 영화에선 진규가 ‘대충 정사 장면만 잘 찍으면 된다’는 감독과 싸우지만 진짜 현장에서 ‘대충’은 없다. 제작비 때문에 정사 장면은 꼭 몰아서 찍게 되는데 몇 시간 동안 소리 지르고 땀 뻘뻘 흘리며 ‘몸 연기’를 하는 배우에겐 엄청난 중노동이다.
또 좁은 모텔 방에 소리 때문에 냉난방도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 몇 시간씩 서 있는 10여 명의 스태프는 옆에서 벗고 있든 말든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단다. ‘맨몸’으로 하는 일이라고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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