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의 브라운관 공략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충무로 영화감독들의 TV 진출. 이들은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는 4∼10부작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방송계에선 이를 ‘TV 영화’라고 부른다. ‘8일’의 박 감독은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을 연출했다. 9일 처음 방영된 8부작 ‘직장연애사’(OCN)는 영화 ‘보스상륙작전’의 김성덕 감독이, 1일 끝난 ‘색시몽’(채널 CGV)은 영화 ‘몽정기’의 정초신 감독이 연출했다. 유재완 봉만대 감독도 ‘TV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와 TV 드라마의 차이는 △영화는 원근감을 위해 드라마보다 3배 이상의 조명을 사용하고 △드라마는 인물 위주의 클로즈업, 영화는 연출을 강조한 인물의 동선을 중시한다. 또 화면의 질감이나 크기, 영상 기법 등에서도 차이가 난다. ‘TV 영화’는 이 같은 영화와 드라마의 요소를 조합한 것이다. 김성덕 감독은 “60%는 영화 방식으로 찍고 40% 드라마 식으로 촬영한다”고 밝혔다.
지상파에서도 SBS ‘로비스트’나 MBC ‘태왕사신기’ 등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과 영화적 촬영 기법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태왕사신기’에서 관미성 성주 처로가 홀로 대군과 싸우는 장면이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할 정도.
○‘극장판 드라마’, 스크린 속으로
한편, 방송사들은 인기 드라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고 있다. 연내 개봉 예정인 극장판 ‘사랑과 전쟁’은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가정을 지키려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연을 맡은 이정훈과 이주나는 ‘사랑과 전쟁’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곽 PD는 “베드신 등 TV에서 볼 수 없던 장면이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기존 제작인력, 소재, 형식을 그대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3월 개봉한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PD가 감독을 맡아 제작 상영된 작품이다. ‘겨울연가’ 극장판 제작도 추진 중이다.
MBC도 드라마 ‘M’, ‘수사반장’,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자사 인기 드라마의 영화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제작한 MBC 프로덕션은 드라마 제작인력을 영화의 조명과 음향에 활용했다. 1980년대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경우 최불암을 그대로 강력반 반장으로 기용할지, 젊은 주인공을 기용할지 고민 중. 심은하 주연의 1994년 드라마 ‘M’의 경우 영화 ‘친구’, ‘사랑’의 곽경택 감독이 각본을 썼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도 “‘하이킥’의 극장판 제작을 추진하면서 영화적 연출이나 영화에 맞는 형식을 연구했다”며 “사람들이 영화 보듯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보듯 영화를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영화 드라마 구분하지 않아
영화와 드라마가 ‘닮은꼴’이 되면서 시청자들도 굳이 두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추세다. 시청자 김남중(32) 씨는 “할리우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 ‘스파이더맨’ 등은 시리즈로 제작되고 미국 드라마도 각 편이 영화 같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드라마든 영화든 시청자들에겐 이야기로만 기억될 뿐”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의 작가 이경희 씨도 “드라마의 내러티브와 영화 내러티브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 환경의 변화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예전엔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으나 지금은 TV, PC, DMB, PMP 등 다양한 매체에 동일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사용자에게 영화와 TV드라마의 구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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