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華流 물줄기, 휘돌아 한국까지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우리 출판계에 불고 있는 화류 열풍에 맞춰 13일 문학과지성사를 방문한 중국 소설가 모옌이 ‘文心雕龍(문심조룡)’이라고 쓰고 있다. ‘문심조룡’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문(詩文) 평서이며, ‘문심’은 예술 활동을 위한 인간의 정신과 영감의 작용을, ‘조룡’은 용을 조각하듯 창작과정에 필요한 세심한 주의력을 가리킨다. 왼쪽부터 채호기 문학과지성사 대표, 중국 소설가 류전윈 리얼. 이훈구 기자
우리 출판계에 불고 있는 화류 열풍에 맞춰 13일 문학과지성사를 방문한 중국 소설가 모옌이 ‘文心雕龍(문심조룡)’이라고 쓰고 있다. ‘문심조룡’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문(詩文) 평서이며, ‘문심’은 예술 활동을 위한 인간의 정신과 영감의 작용을, ‘조룡’은 용을 조각하듯 창작과정에 필요한 세심한 주의력을 가리킨다. 왼쪽부터 채호기 문학과지성사 대표, 중국 소설가 류전윈 리얼. 이훈구 기자
13일 3명의 중국 소설가가 문학과지성사를 찾아왔다.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모옌(莫言·52), 영미권과 유럽에서 주목하는 류전윈(劉震云·49), 중국의 차세대 작가로 꼽히는 리얼(李이·40)이다.

이날 류전윈은 소설 ‘객소리 가득 찬 가슴’을, 리얼은 ‘화강(花舡)’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고, 모옌은 ‘사십일포’의 번역을 논의했다.

문학과지성사는 “모옌 씨의 ‘홍까오량 가족’이 한 달 만에 초판 3000부가 다 나가는 등 중국소설에 대한 호응이 커지는 추세여서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모옌 류전윈 리얼 신작 출간 예정

올해는 국내 문학 시장에서 ‘화류(華流) 원년’으로 부를 만하다. 위화(余華)의 ‘형제’(휴머니스트)가 3만여 부, 쑤퉁(蘇童)의 ‘쌀’과 ‘나, 제왕의 생애’(아고라)가 각각 1만여 부 나갔다. 영어로 쓰긴 하지만 늘 중국 사회를 소설의 무대로 삼는 하진의 ‘기다림’(시공사)은 세 달 만에 1만2000부가 팔렸다. 쑤퉁의 ‘눈물’(문학동네) ‘홍분’(아고라), 하진의 ‘니하오 미스터 빈’(현대문학)을 비롯해 류전윈의 ‘핸드폰’(황매), 류헝(劉恒)의 소설집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비채)의 출간이 이어졌다.

이렇듯 중국소설이 어느 해보다 많이 나온 데다 굵직한 문학 행사도 중국과의 교류에 집중됐다.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 작가회의’는 앞으로 10년간 양국을 오가며 한중 교류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문학인대회’도 12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다시 열린다.


▲ 동영상 촬영 : 이훈구 기자

○시간 지날수록 더 팔려… 日 소설과 대조

문학과지성사에서 만난 류전윈은 “당장의 수입보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판매 부수의 변화를 보더라도 흥미롭다. 일본소설이 출간 직후 호응을 받는 반면, 중국소설은 초기 반응이 더딘 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 부수가 느는 경우가 많다. 쑤퉁의 ‘쌀’ ‘나, 제왕의 생애’, 하진의 ‘니하오 미스터 빈’은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전 3권으로 된 위화의 ‘형제’도 그렇다. 분책을 하면 첫 권이 잘 나가고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줄어드는데 ‘형제’는 세 권 모두 잘 나간다.

‘화류’ 열풍에 대해 서강대 이욱연(중문학) 교수는 “중국 자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중국 문학이 서사적인 개성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문학에서 하나의 장르로 떠오를 가능성마저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기고한 ‘세계와 만나는 중국소설’에서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자임하는 데서 나오는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관심, 새로운 서사에 대한 고민이 중국소설의 힘”이라며 “이런 개성을 가진 중국소설이 세계문학에 진입할 만큼 수준이 높아지면서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독자들의 평을 보더라도 ‘중국 소설은 촌스럽다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읽다 보니 공감대가 넓어졌다’ ‘편견과 달리 새롭고 재미난 독서 경험이었다’는 찬사가 잇따른다. ‘홍까오량 가족’ ‘술의 나라’ 등을 번역한 중문학자 박명애 씨는 “국내소설에만 집중됐던 독자들의 독서 취향이 다양해졌다”면서 “중국소설은 선 굵은 서사와 체제에 대한 풍자 등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운 코드를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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