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6명 섬마을 악동들 큰일 냈네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사물놀이는 누구와 겨뤄도 자신있다’는 전남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생들. 전교생 6명의 섬마을 사물놀이팀이 전국 대회를 휩쓴 것은 아이들의 노력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지도 덕분이었다. 사진 제공 전남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
‘사물놀이는 누구와 겨뤄도 자신있다’는 전남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생들. 전교생 6명의 섬마을 사물놀이팀이 전국 대회를 휩쓴 것은 아이들의 노력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지도 덕분이었다. 사진 제공 전남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
‘뚫으세 뚫으세 물구녁을 뚫으세, 솟아라 솟아라 맑은 물만 솟아라….’

15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민회관.

완도지역 29개 초중고교 ‘방과 후 학교’ 발표회에서 예작도의 ‘미니학교’인 보길동 초등학교 예작분교 어린이들이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별달거리 사설’을 소리 높여 불렀다.

이 분교 전교생인 6명으로 구성된 ‘예작분교 소리터’의 공연이 끝난 뒤 사회자가 “11일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서 우수상을 받은 자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축하했다.

예작도는 완도항에서 여객선으로 50분 정도 걸리는 보길도 남쪽의 섬.

13가구 30여 명이 톳 다시마 전복 등을 양식하며 생활하고 있다. 3학년 2명과 1, 2, 4, 5학년 각 1명이 전부인 예작분교 어린이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당시 함께 새로 부임한 송창신(51·여) 분교장과 송삼섭(58) 최진희(48·여) 교사는 풍물팀을 만들었다. 교사들은 방과 후 매일 3, 4시간씩 사물놀이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징 꽹과리 장구 북 등을 익히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즐겁게 연습했다. 방학 때에는 광주에서 전문 공연팀을 초청해 사물놀이를 배웠다.

예작분교 어린이들은 지난해 11월 세계 사물놀이대회에 처음 출전해 인기상을, 같은 달 남도전통문화자랑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노력의 결실을 거뒀다. 올해 6월에는 인천에서 열린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분교 5학년 정다슬(12) 양은 “수업이 끝나면 매일 선생님들과 쉬지 않고 연습했다”면서 “섬에 살아도 육지 어린이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 분교장은 “내년 2월이면 교사 3명 모두 2년 임기가 끝나 섬을 떠나는 게 아쉽다”면서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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