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첫날부터 에이미에게 사건이 생겼다. 케이트랑 야구경기하려고 갖고 온 공을 마이커가 달라고 한 것. 우물쭈물하던 에이미는 마이커가 다그치는 통에 공을 줘 버린다.
케이트가 와서는 왜 마이커한테 공을 줬느냐고 해도, 에이미는 “마이커가 화낼까 봐”라는 말조차 할 수 없다.
다음 날 스쿨버스에선 해나가 에이미의 옆자리에 앉아 버린다. 케이트의 자리를 맡아 놓고 있었던 건데도, 에이미는 말을 못한다. 자기 자리에 해나가 앉아 버린 걸 알고 케이트는 한마디 한다.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별다른 노력 없이도 들을 수 있는 ‘예쁘다’는 얘기나, 타고난 머리에 많이 힘입는 ‘똑똑하다’는 얘기와 달리 ‘착하다’는 말은 아이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움직인 데 대한 보상으로 ‘착하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 중에, 이 칭찬에 갇히는 경우가 있다. 기분이 으쓱해져서 칭찬을 또 받고자 ‘착한’ 일을 하다 보면, ‘꼭 알맞게 착한’ 분량을 넘어서기가 쉽기 때문.
심리상담사로 활동했던 저자 펠레그리노는 많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이 자기를 미워하거나 화낼 거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착해서 탈인’ 아이들을 위해 저자는 에이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자를 친구들한테 몽땅 나눠 주고, 청소도 혼자 떠맡는 아이다. 그렇게 착한 일을 하는데 갈수록 칭찬은커녕 친구만 점점 줄어든다.
저자가 일러주는 것은 ‘마음의 울타리 치기’다. 너무 착해서 탈인 손녀 에이미에게 할아버지는 텃밭의 토끼 얘기를 들려준다. 아무리 토끼가 귀엽다 해도, 할아버지가 키우는 텃밭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 울타리가 없으면 토끼들이 텃밭에 들어와 채소를 다 먹어 치우고 그러면 토끼들은 귀여운 게 아니라 미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소중하게 채소를 키울 수 있고 알맞게 토끼를 예뻐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치듯,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의 울타리를 치자고 할아버지는 제안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보고 존중할 때 더 우리를 좋아한단다. 만약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곧 잊어버려.”
거울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마음의 울타리 치는 훈련을 해 보라고 저자는 꼼꼼하게 매뉴얼도 일러준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건강하게 관계를 맺는 길이라고. 아이들뿐 아니라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겪는 어른들에게도 마음에 성큼 와 닿는 얘기일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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