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94>恃自直之箭, 百世無矢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恃(시)는 의존하다 또는 믿고 의지하다의 뜻이다. 自直(자직)은 제 스스로 곧게 뻗었다는 뜻이다. 箭(전)은 화살대를 만들기에 적합한 작달막한 대나무의 이름이다. 화살을 뜻하기도 한다. 火箭(화전)은 불화살인데 오늘날에는 로켓을 가리키기도 한다. 世(세)는 세상 또는 한평생이라는 뜻이 있다. 아버지에서 자식에 이르는 한 世代(세대)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 세대는 보통 30년으로 계산한다. 百世(백세)는 백 번의 세대교체를 뜻하며 아주 긴 기간을 뜻한다. 矢(시)는 화살이다. 여기서는 완전히 곧은 화살을 의미한다.

천연의 대나무가 곧다고 해도 그대로 화살대로 쓸 수는 없다. 아무리 둥글게 자란 나무라도 그대로 수레바퀴로 쓸 수는 없다. 천연적으로 온전히 곧거나 둥근 나무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좋은 솜씨로 펴기도 하고 굽히기도 하는 가공을 해야 좋은 화살대와 수레바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적합한 재료를 잘 골랐다고 해도 재료 그대로 완전한 쓰임새를 갖추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가공을 해야 한다. 다이아몬드도 세공을 거쳐야 하고 연료로 쓰는 말똥도 말려야 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다를 리 없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빼어나도 담당할 임무에 따라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적합한 쓰임새의 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가공은 효율성과 가치를 최대화한다. 그 과정을 통해야 화살을 쏘는 이는 목적을 이루고, 화살대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가공 없는 대나무는 화살대의 역할을 못 하듯이 교육 없는 인재는 소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가공하고 교육하는 자의 솜씨도 매우 중요하다. ‘韓非子(한비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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