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의 대나무가 곧다고 해도 그대로 화살대로 쓸 수는 없다. 아무리 둥글게 자란 나무라도 그대로 수레바퀴로 쓸 수는 없다. 천연적으로 온전히 곧거나 둥근 나무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좋은 솜씨로 펴기도 하고 굽히기도 하는 가공을 해야 좋은 화살대와 수레바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적합한 재료를 잘 골랐다고 해도 재료 그대로 완전한 쓰임새를 갖추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가공을 해야 한다. 다이아몬드도 세공을 거쳐야 하고 연료로 쓰는 말똥도 말려야 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다를 리 없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빼어나도 담당할 임무에 따라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적합한 쓰임새의 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가공은 효율성과 가치를 최대화한다. 그 과정을 통해야 화살을 쏘는 이는 목적을 이루고, 화살대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가공 없는 대나무는 화살대의 역할을 못 하듯이 교육 없는 인재는 소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가공하고 교육하는 자의 솜씨도 매우 중요하다. ‘韓非子(한비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