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릇 해치우니 힘이 불끈
“갈아 드려?”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받은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얼떨결에 “네, 갈아서 두 개, 튀김 하나요”라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 갈매동 ‘本원조추어탕’은 추어탕과 추어튀김만을 하는 집이다. 이 때문에 식단표를 보고 고르고 할 것도 없다. 그러니 종업원의 인사가 “갈아 드려?”다. 일반적으로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추어탕을 많이 찾지만 가끔 통째로 넣은 것을 찾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이 집은 손님으로 항상 북적인다. 점심시간 때는 손님들이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식사 시간이 아니라도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기에….
10분 정도 기다리니 뚝배기에 추어탕이 담겨 나왔다. 걸쭉하고 얼큰한 국물을 떠 먹다 보면 미꾸라지 살점이 듬성듬성 씹히는 게 특징이다. 들깨가루랑 산초, 얇게 썬 풋고추를 적당량 넣어 먹으니 입에서 단맛이 돈다. 우거지도 듬뿍 들어 있고, 중간 중간 도톰한 수제비를 뒤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추어탕은 가을철에 많이 먹는 보양식이다. 미꾸라지는 겨울을 나기 전에 통통하게 살이 쪄서 맛이 좋고 영양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는 속을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양기를 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영양학적으로 칼슘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이 집의 추어튀김은 튀김옷을 아주 얇게 입혀 미꾸라지의 몸통이 그대로 비친다. 튀김옷을 두껍게 입히지 않아서인지 느끼하지 않고 과자처럼 바삭바삭하다. 양도 제법 많았다. 탕과 함께 먹는다면 서너 사람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 박말수 씨는 “우리 집은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바로 튀기기 때문에 싱싱하다”고 말했다. 산 미꾸라지가 앙금을 뱉어내게 한 뒤 씻어 튀기면 기름 속에서도 꿈틀댄다는 것. 그래서 미꾸라지가 남성들에게 좋다는 속설이 나왔을까.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믹서로 갈지 않고 체에다 손으로 거른다고 했다. 가는 뼈는 살과 같이 내려가고 굵은 뼈는 걸러진다. 그래서 미꾸라지의 살이 씹혔나 보다.
반찬으로 콩나물무침 깻잎조림 갓김치 배추김치가 나온다. 전라도식으로 반찬을 만들어 맛이 걸다. 이 집에 자주 온다는 서울시내 모 호텔 조리장은 “조미료를 별로 안 쓰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다”고 평했다.
추어탕 7000원, 추어튀김 1만2000원. 서울 태릉에서 삼육대를 지나 구리시로 넘어가면 담터 사거리에 있다. 031-571-9376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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