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바깥의 오 씨 모습을 두루 볼 수 있는 기회다. 스물한 살에 문단에 나왔을 때 기자에게서 집필 계획 대신 결혼 계획을 질문 받았다던 그. 그렇게 보수적인 시절에 창작 이력을 시작한 오 씨는 평론가 우찬제 씨와의 진솔한 육성 대담에서 “순정한 마음으로 문학에 매여 있었고 글쓰기 걱정, 글쓰기에 대한 욕망으로 지고 새우며 40년의 세월(1968년 등단)을 보냈다”고 문학에 열렬한 삶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다.
강원 춘천에 살고 있는 오 씨와 ‘한동네 사람’인 소설가 전상국 씨가 버려진 개들도 딱해하면서 돌보는 선한 여성이자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 성실한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전해 준다.
그의 유명한 ‘파로호’에 대한 일화도 재미있다. 1980년대 말 파로호의 선사 유적 발굴 현장을 보고 ‘괜찮은 글감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간 오 씨한테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 전 씨가 전하는 ‘파로호’에 대한 독자로서의 감동과 동업 작가로서의 충격은 ‘오정희 문학’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둘러 알린다.
평론가 김치수 김화영 오생근 권오룡 씨의 비평과 논문은 ‘잔잔한 느낌을 주면서 이면에 섬뜩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평론가 이남호) 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작가 오정희’를, 이동하 송기원 강영숙 씨 등 작가와 가족과 지인들의 따뜻하고 정겨운 글은 친구로서, 선배로서, 아내와 어머니로서 철저하게 역할을 감당해 온 ‘인간 오정희’를 일러준다. 책 말미의 자술연보에서는 지나온 삶에 대해 겸허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그의 모습을 헤아릴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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