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은 비밀’(창비·초등 1∼3년용)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은결이는 텅 비어 있는 집이 싫다. 치주염으로 아픈 아빠, 학원과 컴퓨터 게임 때문에 바쁜 형,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할인점에서 일하는 엄마…. 가족 모두 너무 바빠서 아무도 은결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문구점 앞 게임기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1주일에 1000원씩 받는 용돈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은결이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찬장에 숨겨둔 엄마의 낡은 지갑에서 돈을 훔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한테 미니카를 사 주기 위해 찬장에 있는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댔다가 유리컵을 건드려서 떨어뜨리고 만다. 은결이는 급하게 의자에서 내려섰다가 깨진 유리조각을 밟아 발을 다친다.
‘자전거 도둑 니켈’(푸른나무·초등 2∼4년용)의 주인공 니켈은 멋진 자전거가 갖고 싶다. 집에 자전거가 한 대 있지만 형만 탈 수 있을 뿐 니켈은 손도 못 대게 한다. 엄마 아빠는 자전거를 사 주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 번번이 약속을 어긴다. 처음에는 아빠의 새 자동차 때문에, 다음에는 세탁기를 사는 바람에 니켈의 새 자전거는 다시 미루어진다. 크게 좌절한 니켈은 자전거 주차장에서 빨간 자전거를 훔친다.
상처는 치료하지 않으면 곪게 마련이다. 스스로 감당하기에 너무 큰 상처여서 은결이와 니켈은 가족 중 누군가가 빨리 자신의 상처를 알아봐 주기를 기다린다. 두 아이가 돈과 자전거를 훔치기 전에 가족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잘못된 행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독서 지도를 받는 아이들한테 ‘들키고 싶은 비밀’과 ‘자전거 도둑 니켈’을 읽어 주고 나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비밀을 털어놓았다. 엄마 화장대에 놓여 있는 동전에 손을 댔다는 아이도 있었고,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쓴 적이 있다고 대답한 아이도 있었다. 상습적으로 남의 것을 훔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와 아이들이 충분히 대화함으로써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정말 훔치고 싶은 것은 돈이 아니라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화작가 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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