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교감이 소중함을 알아 가는 아이들이 ‘죽음’이란 것과 맞닥뜨리는 날이 온다. 귀여워하던 애완동물부터 사랑하는 친지에 이르기까지 정을 나눈 대상을 더는 보지 못하게 되는 날. 아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람에게 전한 포옹’은 할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기 솜꼬리토끼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를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 아기 토끼는 막연히 “할아버지가 너무 멀리 가버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음 뒤에도 일상은 계속되기 마련이어서, 바람은 불고 나무는 자라고 엄마 토끼는 맛있는 토끼풀을 따 모은다.
“할아버진 나랑 뭘 하고 놀았을 때를 가장 그리워할까요?”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지만 할아버지를 계속 기억하고픈 아이. 그런 아이를 엄마는 애써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가 할아버지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이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너랑 꼭 껴안는 걸 좋아하셨지.” “네 우스갯소리에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시던 거 기억나니?”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따뜻하게 감싸 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고 이 책은 일러 준다. 이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를 향한 손자의 마음뿐 아니라 손자를 향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도 확인할 수 있다.
손자와 포옹하고 손자와 함께 웃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아기 토끼는 바람에 두 팔을 활짝 벌린 포옹을, 구름에 웃음을 실어 보낸다. 강물에게 우스갯소리를 속삭여, 강물이 멀리 있는 할아버지에게 그 얘기를 전해 주길 소망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서 할아버지가 생전에 부르던 노래를, 별들의 반짝임에서 할아버지의 윙크를 떠올린다. 이젠 할아버지와 만날 수 없다 해도 아이는 기억을 통해 할아버지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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