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 사람들.’
그렇지만 이 가족은 전통적인 모습은 아니다. 뒤늦게 만난 누나에게 막내는 “누나네 아빠는 뭐하는데? 우리 아빠는 교수야”라고 말한다. 세 아이의 엄마는 같지만 아빠는 다 다르다. 그리고 아빠의 자리는 지금 비어 있다. 알려진 바, 작가 공지영(44) 씨의 삶과 겹쳐진다.
‘즐거운 나의 집’은 열여덟 살 위녕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다. 아빠와 새엄마의 집에서 떠나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살기로 한 위녕.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껏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이혼 가정의 현실. 감성이 한창 예민한 10대 소녀에게 그 편견은 더욱 큰 상처가 된다. 외가 식구들과 새로운 관계를 열어 가고,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이하고,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소개받기도 하면서, 위녕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을 지나면서 상처를 조금씩 극복하고 성장해 간다.
작가의 가족 얘기이기도 하니 자칫 신파로 흐를 수도 있을 터. 공지영 씨는 그러나 전 같은 ‘울리는 감성’ 대신, 푼수 같은 엄마와 조숙한 딸 간의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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