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20선]<16>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해마다 언론 매체는 기근과 홍수, 동북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에서 많은 사람이 소리 없이 죽어 가는 소식을 보도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망각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탈 없이 번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구로서는 그런 소식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후적 관점에서 본 인류 여러 문명의 형성과 발전, 사멸에 대한 역사서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역사를 비관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인류가 지구에 정착한 이후 인류는 계속해서 기후에 점점 취약해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던 빙하기의 끝 무렵, 약 1만5000년 전부터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는데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이 ‘기나긴 여름’ 속에서 때로는 이에 적응하고 극복하면서 번영을 누리기도 했고 때로는 정반대의 길을 걷기도 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기후는 농경사회를, 이집트를, 히타이트를, 로마를, 마야를 일으키고 쓰러뜨렸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씩 확보해 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후 대재앙에 대한 취약성은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물론 인류의 역사가 전적으로 기후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여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낳은 기후에 대한 인류의 취약성이다. 이제 그것은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기후의 변동을 좀 단순화해 보면 그것은 펌프와 컨베이어벨트 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인류는 기후의 펌프 작용에 의해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수렵 채집자였던 인류는 집단의 수가 적고 섭생이 한곳에 얽매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연성과 기동성이 뛰어나 가뭄이나 홍수 같은 위기에 다른 곳을 어렵지 않게 옮겨 다니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만5000년 전부터 지구의 기온이 오르며 강우량이 증가해 숲이 확산되자 한곳에 머물러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점점 기동성을 잃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단순한 농경사회를 이루고 살던 인류에게는 유연성이나마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도시가 생겨나면서 모든 것은 달라져 버렸다. 도시화가 인류의 생활을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대규모 단기 기후 변동에 매우 취약해졌다. 저자는 이러한 예를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고대도시인 우르에서 찾는다. 우르는 기원전 2000년경 극심한 가뭄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처럼 가뭄과 홍수 등 인류 문명과 기후의 연관성에 대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다. 산업혁명 이후 현란하게 발달한 과학 기술은 기후 격변의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페루 해안 정도는 가볍게 쓸어 버리는 폭우, 미국 남부를 삽시간에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허리케인 앞에서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현재의 인류는 10명당 1명 정도밖에 구명정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출발해야 할 지점이다.

박재환 에코리브르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