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100%, 그는 ‘해결사’다. ‘기적의 사나이’로도 불린다.
겉으론 거대 로펌의 변호사지만 사실은 로펌의 고객들이 사고를 쳤을 때 뒤처리를 해주는 ‘청소부’. 그는 ‘마이클 클레이튼’(29일 개봉)이다.
이혼남인 마이클(조지 클루니)은 빚 때문에 생활이 고달프다. 어느 날 거대 기업 U노스가 얽힌 집단소송을 맡고 있던 동료 변호사 아서(톰 월킨슨)가 법정에서 옷을 벗고 난동을 피운다. 뒤처리 전문가 마이클은 U노스를 위해 아서를 설득하지만 아서는 “진실은 조작됐다”는 말을 남긴 후 시체로 발견되고, 마이클은 U노스의 기밀문서를 발견한다.
○ 아카데미용 영화?
일단 제작진을 소개하려면 숨이 차다. 감독은 ‘본 얼티메이텀’까지 세 편의 본 시리즈를 탄생시킨 시나리오 작가 출신 토니 길로이.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제작자는 ‘트래픽’ ‘오션스’ 시리즈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와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감독 앤서니 밍겔라. 조연으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감독 시드니 폴락까지 나온다.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사람들. 클루니도 작년에 ‘시리아나’로 남우조연상을 탔으니 완전히 ‘아카데미 라인업’이다. 개봉 뒤 미국 언론은 “클루니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탈 차례”라고 점쳤다. ‘섹시 가이’ 클루니는 최근 정치적 영화에 잇달아 출연(시리아나)하고 감독(굿 나잇 앤 굿 럭)까지 하면서 미국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자주 쏟아내 ‘할리우드의 양심’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영화는 확실히 아카데미 취향이다. 단순히 ‘재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기교를 부리지 않는 묵직하고 품격 있는 드라마는 ‘거대 기업의 음모에 맞서는 개인’이라는 평범한 줄거리의 영화를 뻔한 할리우드 드라마와 차별화시킨다.
○ 스릴러라기보단 인간 드라마
스티븐 소더버그의 ‘에린 브로코비치’와 비교해 보자. 줄리아 로버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에린…’은 평범한 여성이 열정적으로 대기업의 음모를 파헤쳐 결국 승리하는 내용. 반면 비슷한 콘셉트에 주인공 이름이 제목인 것도 똑같은 ‘마이클…’은 ‘에린…’ 식의 ‘긍정적 에너지’를 거부한다. 이 영화는 우울하고 어둡다. 마이클은 돈을 위해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자괴감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애써 자위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이다. 나쁘다고 하긴 뭐하고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
영화는 초반부에 지루할 정도로 동료 아서의 행동과 마이클의 설득, 그리고 마이클의 암담한 상황만 보여 준다. 그러다가 마이클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마지막에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 대단한 반전도 없고, 주인공이 열정적으로 대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긴박하게 보여 주는 것도 아니다.
스릴이 없는 스릴러. 오히려 마이클 클레이튼이라는 한 개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 주는 드라마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마이클은 영웅이 아니고 비슷한 주제의 다른 영화 주인공처럼 한껏 멋있는 척하지도 않는다. 내내 갈등했을 현실적 인물 마이클이 주는 진짜 교훈은, 동료 변호사 아서의 물음을 통해 되레 잘 드러난다.
“엄청난 일이 일어날 텐데, 그들은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지?” 보통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인정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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