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01>古來存老馬, 不必取長途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古來(고래)는 예로부터라는 말이다. 存(존)은 存在(존재)하다 또는 保存(보존)하다의 뜻이다. 老馬(노마)는 늙은 말이다. 不必(불필)은 부분 부정으로서 반드시 ∼하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取(취)는 취하다 또는 구하다의 의미이다. 원래는 잡은 포로나 짐승의 수를 세기 위해 귀를 자르는 것을 가리킨다. 途(도)는 길의 뜻으로 道(도)와 통한다. 長途(장도)는 먼 길이다. 壯途(장도·씩씩하게 떠나는 장한 길)에 오른다고 할 때의 장도와는 구별된다.

老馬識道(노마식도·늙은 말이 길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齊(제)나라 管仲(관중)이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놓아 길을 찾고는 그 지혜를 칭찬한 데에서 유래했다. 그렇듯 늙은 말은 많은 경험을 통해 지혜를 갖고 있을 수 있다. 노인이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자부하면서도 자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老馬(노마)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남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역시 불경스러워 보인다. 또 둔한 말 또는 어리석은 이를 비유하는 駑馬(노마)와는 구별된다.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의 능력은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체능이 요체인 체육 분야에서조차 흰머리를 날리는 코치나 감독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다른 분야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노인이 사회의 부담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역량을 더 잘 활용할 수 없는 것인가. 부담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난관 극복의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으리라. 노인 역시 자신의 소중한 역할을 포기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唐(당)의 대시인 杜甫(두보)가 ‘강한(江漢)’이라는 시에서 한 말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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