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馬識道(노마식도·늙은 말이 길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齊(제)나라 管仲(관중)이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놓아 길을 찾고는 그 지혜를 칭찬한 데에서 유래했다. 그렇듯 늙은 말은 많은 경험을 통해 지혜를 갖고 있을 수 있다. 노인이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자부하면서도 자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老馬(노마)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남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역시 불경스러워 보인다. 또 둔한 말 또는 어리석은 이를 비유하는 駑馬(노마)와는 구별된다.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의 능력은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체능이 요체인 체육 분야에서조차 흰머리를 날리는 코치나 감독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다른 분야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노인이 사회의 부담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역량을 더 잘 활용할 수 없는 것인가. 부담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난관 극복의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으리라. 노인 역시 자신의 소중한 역할을 포기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唐(당)의 대시인 杜甫(두보)가 ‘강한(江漢)’이라는 시에서 한 말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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