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 양금! 사랑해요!"
이란 수도 테헤란. 이곳 젊은이들은 길거리에서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이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양금!"을 외친다. 다짜고짜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많다. '양금'은 이란 사람들이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이를 가리키는 말.
지난해 10월부터 이란 국영방송(IRIB) 채널 2에서 1여년 간 방영된 '대장금'이 이란 내 한류(韓流)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달 9일 종영됐으나 페르시아 문명의 결정체 페르세폴리스 유적이 있는 쉬라즈에서도, 화려한 이슬람 유적이 가득해 '세계의 절반'이란 별명을 가진 이스파한에서도 '양금'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란 국영방송이 집계한 '대장금'의 최고 시청률은 86%. 국영방송의 평균 시청률(30~40%)의 2배를 넘는 폭발적 인기다. 이란 일간지들은 '대장금' 종방에 맞춰 특집을 내보낼 정도다.
'대장금'은 매주 금요일 오후 9시(토 오후 2시 재방송)에 방영됐다. 이란의 금요일은 우리 의 일요일이어서 '대장금'이 1여년간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셈이다. 대장금의 인기에 힘입어 '해신'도 8월부터 방영중이며 '상도' '주몽' '하얀거탑'도 곧 방영될 예정.
22일 쉬라즈에서 만난 바흐람 쉐이콜레스람자데 씨는 "예쁘고 친절하고 총명한 양금이를 모르는 이란 사람은 없다"며 "'대장금' 동영상을 휴대전화에 저장했다"고 말했다. 페르세폴리스 유적에 수학여행을 온 여중생 수십 명도 히잡을 단정히 두른 채 모여 앉아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함께 듣고 있었다. 교민 이성은 씨는 "'대장금' 덕분에 한국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금 한국 식당을 열면 대박'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라고 전했다.
20일 테헤란의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장금' 종방 기념 리셉션에도 이란의 외무부 석유부 국영방송 등 정부 고위 인사 1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김용목 대사는 "이렇게 많은 고위 인사가 참석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종교와 문화가 전혀 다른 이란에서 '대장금 신드롬'이 분 까닭은 뭘까.
테헤란에 있는 이란국립박물관에서 만난 한 관객은 "여성인 장금이가 강직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이야기에 감동했다"며 "올곧은 심성으로 정직한 삶을 산 장금이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우울한 이란인들에게 심리 치료 효과도 있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히잡을 썼지만 그 안에 명품 패션을 갖춰 입은 이란 여성들이 '대장금'에서 선보인 다채로운 궁중 의상에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류 실크로드를 닦고 있는 이란의 '대장금' 열풍은 진정한 상호 문화교류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던졌다. 이스파한에서 만난 이란인 교사는 "이란도 한국처럼 깊고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으나 한국인들은 이란을 전쟁과 사막의 나라로 잘못 알고 있다"며 "한국인에게 진짜 이란을 소개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헤란=윤완준 기자zeitung@donga.com
▲ 드라마 ‘대장금’ O.S.T - “오나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