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완결된 사랑…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 D에게 보낸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앙드레 고르 지음·임희근 옮김/113쪽·8500원·학고재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棺)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편지의 마지막)》

“혹시라도 다음 生이 있다면 그때도 우리 함께…”

올해 9월 24일, 세계 언론은 한 프랑스 철학자의 죽음을 알렸다. 여든넷의 노(老)철학자가 불치병으로 24년 동안 고통받아온 아내와 함께 파리 근교의 시골 자택에서 나란히 누운 채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동반 자살이었다.

그는 장 폴 사르트르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했던 앙드레 고르(1923∼2007). 우리에게 다소 낯선 고르의 이력을 살펴보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 열여섯 살 때 독일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건너감. 1946년 사르트르를 만난 이후 실존주의와 현상학을 탐구. 1950년대 파리에서 언론인으로 활약. 1960년대 신좌파 주요 이론가로 활동하며 68혁명에 영향. 1970년대 마르크시즘에서 벗어나면서 녹색정치 생태정치의 기치를 올림.’

이 책은 고르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인 2006년 봄, 아내 도린에게 쓴 사랑의 편지다. 그동안 수많은 글을 써 왔지만 정작 아내를 위해 쓴 글이 없음을 깨닫고 장문의 편지 한 통을 쓴 것이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주변의 권유로 2006년 파리에서 책(원제 ‘Lettre `a D-Histoire d’un amour’)으로 나왔고 “오랫동안 읽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란 상찬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말 번역본은 프랑스 갈릴레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역자 후기와 추천사를 별책으로 꾸몄다. 고르 편지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글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갈릴레 출판사의 생각이었다.

여든셋 노 철학자의 편지는 첫 문장부터 가슴을 저미게 한다.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cm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kg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줄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편지는 도린과의 사랑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 사랑은 때론 폭풍처럼 격렬하고 때론 거울처럼 투명하다. 그가 회고하는 한 살 연하 도린과의 세 번째 우연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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