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간대 방송되는 케이블TV 경쟁작 ‘별순검’과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이 시청률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 차이로도 민감한 상황에서 정치판에서 볼 법한 네거티브 전략이 동원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MBC드라마넷의 ‘굴욕’ 발언 구설수
발단은 MBC드라마넷의 ‘오버’에서 시작됐다.
MBC 드라마넷은 3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토요일 별순검이 또다시 3.28%라는 시청률을 나타냈다. 정조8일은 1% 미만으로 시청률 굴욕을 보이고 있는 반면 별순검은 시청자들의 사랑에 따뜻한 주말을 보냈다”고 밝혔다.
채널CGV 측은 ‘굴욕’이라는 단어를 쓴 MBC드라마넷에 발끈했다. 시청률 싸움에서 밀린 마당에 승자 쪽에서 불필요한 단어와 왜곡된 숫자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채널CGV는 “‘8일’이 1%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1일 밤11시 방송된 5회분이 1.519%(TNS), 1.661%(AGB닐슨)을 기록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8일’이 ‘별순검’에 전체 시청률로서는 밀리긴 하였지만 30대 이상의 남성층을 사로잡으면서 선정성이 가미되지 않은 제대로 된 사극을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시청률이 나가 일단 난감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사태가 확산되자 MBC드라마넷은 4일 다시 보도자료를 돌려 “사실과 다르게 나간 것 같다”고 사과했다.
●첫 싸움 발단은 채널CGV?
이들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1월 중순 ‘별순검’과 ‘8일’은 시청률 결과를 놓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별순검’은 같은달 17일 밤 12시 방송된 12화 ‘매분구 살인사건’이 4.3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첫방송된 ‘8일’은 다른 시청률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의 결과를 인용해 3.110%의 시청률로 2.693%에 그친 ‘별순검’ 11화를 제쳤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로서 동시간대에 맞붙어 경쟁작을 눌렀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어 채널CGV 측은 “‘8일’을 보던 시청자들이 방송이 끝난 후 ‘별순검’으로 채널을 돌린 것 같다”며 ‘별순검’을 자극했다.
●“작은 해프닝”...과연?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둥지를 옮겨 화려하게 비상한 ‘별순검’은 내년 시즌2 제작이 논의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8일’은 오세영 원작의 ‘원행’을 바탕으로 박종원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과 김상중, 정애리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채널CGV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은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MBC드라마넷과 사이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며 “별순검이든 8일이든 경쟁구도가 아니라 케이블시장에서 함께 잘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방송국에 전달되는 시청률표가 끊이지 않는 한 이를 활용해 자료를 만드는 홍보팀 직원의 신경전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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