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08>一手畵方, 一手畵圓, 莫能成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畵(화)는 그리다 또는 그림의 뜻이다. 畵蛇添足(화사첨족)은 쓸데없는 짓을 하여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뱀을 빨리 그리는 내기에서 여유를 부려 발까지 그렸다가 내기에서 졌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줄여서 添足(첨족)이라고도 한다. 또 畵龍點睛(화룡점정)은 사물의 긴요한 곳을 완성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梁(양)나라 張僧繇(장승요)라는 화가가 용을 그리고 눈동자를 찍어 넣었더니 그 용이 살아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方(방)과 圓(원)은 서로 상대적인 말로, 차례로 네모난 것과 둥근 것을 가리킨다. 方圓(방원)으로 함께 쓰면 天地間(천지간)을 의미한다. 땅은 모나고 하늘은 둥글다고 여기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또 범위나 주위를 뜻하기도 한다. 莫(막)은 없는 것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로, 사람이나 사물 또는 장소의 경우에 모두 쓴다. 어느 것(누구 또는 어느 곳)도 없음을 가리킨다. 莫上莫下(막상막하)는 어느 쪽도 위가 되거나 아래가 되는 쪽이 없다는 말로 우열의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모든 일은 정력을 집중해 전념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 눈으로는 동시에 두 곳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귀로는 동시에 두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아마도 눈과 귀가 각기 둘씩인 것은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협력하라는 것인가 보다. 더욱이 한 몸 한 마음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에 집중하고 전념하는 것이 당연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려다가 모두 망치는 것보다, 하나씩이라도 제대로 완성하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漢(한) 董仲舒(동중서)의 ‘春秋繁露(춘추번로)’에 보이는 쉽고도 흥미로운 비유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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