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방산 정상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서쪽 관문인 운두령(1089m)까지 차로 닿기 때문. 운두령을 통한다면 정상까지 표고 차는 488m에 불과하다.
손쉽게 고산의 설경을 맛볼 수 있다는 게 계방산 겨울 산행의 매력이다.
운두령에 서니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대체로 맑음’이란 일기예보였지만 잔뜩 흐린 하늘에 설탕 알갱이만 한 싸락눈이 흩날렸다.
겨울 초입이라 그런지 산행 초반에는 눈보다 낙엽이 더 밟힌다. 말라비틀어져 부서진 낙엽과 보드라운 검은 흙 위를 걸으니 푹신한 감촉이 발끝에 전달됐다.
좁다란 산길을 40여 분 올라 정상을 2km 앞둔 절벽 옆에서 바람을 피해 도시락을 먹었다. 길을 나서니 눈발이 다시 날린다. 안개까지 더해져 20m 앞에 가는 사람조차 흐릿하다.
20여 분간 급경사를 올라갔더니 산세가 완만해지며 거짓말처럼 설경이 펼쳐진다. 주목, 철쭉나무에는 눈꽃이 피어 있고 쌓인 눈은 발목까지 푹푹 잠긴다.
운두령을 출발한 지 1시간 50여 분 만에 족구장만 하게 평평한 정상에 올랐다.
날씨가 맑을 때는 북으로는 설악산과 점봉산이, 동쪽으로는 오대산과 대관령이, 서쪽으로는 회기산과 태기산 등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안개 탓에 바로 옆 봉우리도 자취를 감췄다. 계방산은 3월까지 눈이 녹지 않고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아이젠과 방한 장구는 필수다. 15일까지는 산불 방지를 위해 일반인의 입산이 금지된다.
평창=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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