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승호]‘대장금 코’ 성형하러 한국에 오세요

  • 입력 2007년 12월 9일 20시 29분


일본의 30대 주부 마사코는 올해 여름휴가를 한국에서 보냈다. 남편과 함께 부산에 온 마사코는 곧바로 서면의 한 성형외과로 갔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 씨의 코를 갖고 싶어서다. 부산 서면에는 80여 개의 성형외과가 성업 중이다. 그래서 일본인 관광객들은 이곳을 ‘뷰티 타운’이라 부른다.

반면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 강남에서 쌍꺼풀 수술이나 치아 교정을 한다. 관광 일정을 마친 후 시술받고 귀국한다. 이 때문에 퉁퉁 부은 얼굴이 여권 사진과 달라 공항 출입국 창구에서 실랑이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높은 강남의 드림성형외과는 9월에 아예 상하이(上海)에 병상 20개 규모의 분원을 열었다. BK동양성형외과 김병건 대표원장은 “아시아 관광객 환자뿐 아니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우리 병원에서 수련하는 외국인 의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등록된 성형외과가 300개에 육박한다.

재미교포 사이에서는 한국의 종합검진이 최고 인기다. 의료보험에 들지 않은 교포도 많은데 이 경우 미국의 종합검진비용이 워낙 비싸 꿈도 못 꾼다. 오랜만에 친인척도 만나볼 겸 한국에 와 건강검진을 받고 성형수술도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억 원 이상 드는 심장판막술 같은 큰 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교포도 많다.

대한의학회는 우리 의료의 질을 미국의 76%, 일본의 85% 수준으로 보고 있다. 피부 성형 진단검사 치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은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절반 이하다. 쌍꺼풀 수술의 경우 미국에서는 4600달러가 들지만 한국에서는 1100달러면 충분하다.

보건복지부는 값싸고 질 좋은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 3월 국립암센터 등 34개 병원과 함께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구성했다. 5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홍보행사를 했고 9월에는 한국 의료 체험행사도 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의료관광에서 싱가포르나 태국에 턱없이 못 미친다. 한국은 의료 관광객이 연간 3만 명 남짓이지만 태국은 140만 명, 싱가포르는 40만 명을 유치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 유치를 위한 소개나 알선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은 여행사를 통한 의료 연계 관광상품을 내놓지 못한다. 입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환자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반면 경쟁국들은 홍보 등 마케팅이 뛰어날 뿐 아니라 비자 발급도 간단하다. 불필요한 규제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에 한해 환자 알선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둔 상태다. 하지만 전혀 다른 쟁점인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의약 갈등’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곧 폐기될 운명이다. 참다못한 서울시가 ‘서울뷰티의료관광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는 이미 입국한 관광객을 돕고 안내하는 기구일 뿐이다. 관광객 모집은 원래 민간의 일이다. 민간의 일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소득이 커질수록 보건의료 지출 비중은 늘기 마련이다.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다. 여행사들이 외국에서 이런 광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장금 코를 만들어 드립니다. 한국에 오세요.”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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