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물 한보따리크리스마스가 즐겁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극장에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날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에 따르면 작년 일일 관객 수 1위는 12월 24일(144만 명), 2위는 25일(138만 명)이었다. 이틀간 관객 수를 합하면 보통의 12월 주말보다 2배 이상 많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2일부터 24일까지 개봉하는 영화는 크게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구분되지만 자세히 보면 취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다양한 상차림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행복한 고민은 벌써 시작됐다.》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연가

어떤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할지 고민인 싱글 여성들은 한예슬의 스크린 데뷔작인 ‘용의주도 미스 신’(19일 개봉)에 눈길이 갈 듯하다. 스스로를 용의주도하다고 생각하면서 쇼핑하듯 네 남자와 연애하는 문어발 아가씨 ‘미스 신’의 자아 성장과 사랑 찾기. 여자친구들끼리 본 뒤 여우 같은 한예슬의 ‘남자 농사’ 전략에 대해 수다 떨기 좋다.

감우성 최강희 정일우 등 주연이 7명인 ‘내 사랑’(19일)은 ‘러브 액추얼리’처럼 여러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 준다. ‘연말용 기획 영화’ 분위기지만 지하철 2호선 등 서울 곳곳의 평범한 풍경 속에서 ‘딱 사랑에 빠졌을 때’에 집중하므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추천.

혈기왕성 젊은 커플에겐 ‘풍기문란 섹스코미디’인 ‘색즉시공 시즌2’(12일). 연말에 데이트 약속이 없는 남자 대학생들끼리 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녀라면 서로 어색해질 수 있다. 지금 싸우고 있거나 권태기인 연인과 부부는 김태희 설경구의 ‘싸움’(13일)을 보면 된다. ‘최소한 우리는 저 정도는 아니다’라는 위안을 받거나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고, 또는 아예 끝내 버릴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

추위 날려버릴 블록버스터

이 시즌을 노리고 개봉하는 블록버스터는 세 편. 리처드 매드슨 원작의 SF 소설을 영화화한 ‘나는 전설이다’(12일)는 2012년 인류가 멸망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은 과학자 네빌(윌 스미스)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윌 스미스의 근육질 몸매가 보여 주는 액션, 뉴욕의 도심을 통제해 인적이 완전히 사라져 폐허가 된 미국 뉴욕을 찍은 장면들이 기대를 모은다.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황금나침반’(19일)에 주목할 것. ‘반지의 제왕’ 제작사인 뉴라인시네마가 만드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올겨울 최대의 화제작이다. 예언과 함께 전해 내려오는 황금나침반을 지킬 운명을 타고난 소녀 라라와 나침반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의 전쟁을 다뤘다. 니콜 키드먼, 대니얼 크레이그 등 출연진도 화려하고 제작비 1800억 원 중 컴퓨터 그래픽에만 720억 원가량을 썼다. 미국에선 7일 개봉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니컬러스 케이지의 보물찾기도 다시 시작됐다. ‘내셔널 트레저-비밀의 책’(19일)은 3년 전 ‘내셔널 트레저’의 속편으로 ‘인디아나 존스’풍의 어드벤처 영화 팬에게 제격이다.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오가며 링컨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푼다. 미국사를 소재로 미국적으로 얘기를 풀어 가는 ‘진짜 미국영화’다.

아이들 손 잡고 가족영화

작년 겨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박물관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어린이 관객을 끌어 모아 겨울방학의 승자가 됐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24일)은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 백화점이 배경이다. 더스틴 호프먼이 243세의 백화점 주인 미스터 마고리엄으로, 내털리 포트먼이 후계자로 나온다. 컴퓨터 그래픽은 일부만 썼고 장난감을 꼭두각시처럼 만들어 사람이 움직이면서 촬영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앨빈과 슈퍼밴드’(19일).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 영화로 다람쥐 세 마리가 ‘앨빈과 슈퍼밴드’라는 팀을 구성해 스타가 된다는 내용이다. 앙증맞은 다람쥐들이 디스코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에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슈퍼주니어의 강인 희철 신동이 다람쥐 목소리를 더빙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진짜 성탄영화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20일)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프랑스 영국 연합군이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휴전하기로 협정을 맺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13일)은 노숙자들이 버려진 갓난아기를 발견한 뒤 겪는 소동을 그린 2차원(2D)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에 대해 매우 다른 태도를 가진 두 형제의 이야기 ‘파리에서’(13일)도 있다.

이도 저도 다 싫다면? 크리스마스와 아무 상관이 없는 작은 영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영화화한 ‘아르헨티나 할머니’, 자아를 찾는 3형제의 인도 여행길 ‘다즐링 주식회사’(13일), 배우 이선 호크가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토록 뜨거운 순간’(20일)도 개봉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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