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한국에 오려면…협상테이블에 佛나서게 해야”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정부간위원회’에서 프랑스에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해요. 개최국(한국) 이점을 살려 오래 끌어 온 반환 문제를 해결할 기회입니다.”

내년 6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준비를 위해 린델 프롯(67·사진) 전 유네스코 문화유산국장이 내한했다. 프롯 전 국장은 문화유산 관련 국제법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내년 위원회 자문을 위해 초청했다.

그는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외에도 뉴질랜드 마오리족이나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약탈한 문화재 반환 문제로 부담을 안고 있다”며 “내년 정부간위원회에 이들 문화재의 반환 중재를 신청하면 프랑스는 위원회 상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소극적 협상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외규장각 문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것으로 그동안 영구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는 방안 등을 둘러싸고 양국 협의가 있었으나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정부간위원회는 20세기 초 식민지를 겪으며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가들로부터 불법문화재 반환 신청을 받아 중재에 나서는 기구로 유네스코 산하에 있다. 프롯 전 국장은 “약탈 문화재 보유국은 정부간위원회의 불법문화재 반환 중재 테이블에 나서는 것만으로 국제 사회의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간위원회에 안이 상정되는 것 자체를 꺼린다”며 “당사국 간 반환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정부간위원회의 중재는 약탈문화재 보유국이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프롯 전 국장은 “개발도상국은 어떤 문화재를 약탈당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약탈문화재 보유국은 약탈 덕분에 문화재가 잘 보존 관리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며 “정부간위원회가 하고 있는 약탈 문화재 목록 작성, 반환 메커니즘 마련, 박물관 인프라 구축 사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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