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크리스마스 10선]<3>동자승의 크리스마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동자는 쪼르르 작은스님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스님 저 크리스마스날 교회 가도 돼요?” “교회? 크리스마스날?” 작은스님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마리가 오라고 그랬어요.” 동자는 얼른 마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치인들에게도 조국과 민족이 없다. 사랑밖에 난 모른다는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동자승의 크리스마스’에서 동자승은 어느 날 단짝 친구 마리에게서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순수한 동심을 가진 동자승은 내내 고민한다. 아무리 친구가 초대한다고 하지만 교회를 가는 것은 동자승에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스님은 스스럼없이 허락했고, 동자승은 교회에서 목사님을 만나 큰스님에게 안부를 전하라는 말까지 듣는다. 알고 보니 목사님은 옛날부터 큰스님과 잘 알고 지내는 친한 사이.

우리는 언제부터 나와 다름을 못 견디게 되었을까. 대립과 갈등, 따돌림, 차별, 그리고 편견 같은 말들은 전부 나와 다름을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어느새 나와 다른 것들은 타도의 대상이고, 무찔러 없애야 할 것들이 되어 버렸다.

나와 같지 않음이야말로 나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것이고, 나를 비춰 주는 거울이며, 또한 이 세상을 신나고 재미나게 하는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부르짖으며 이웃에게 손을 내민다. 불교에서는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뜻을 따라 자비를 베풀려 애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가르침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신앙인들의 행태는 어떠한가. 물론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나와 다르고, 생각이 같지 않음으로 인해 서로 으르렁대며 적대시하는 걸 쉽게 본다.

크리스마스는 바로 그러한 우리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려 예수가 이 땅에 온 날이다. 사랑을 하는데 어찌 대상을 고를 것이며, 어찌 종교를 가리겠는가.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랑이 필요하고, 정말 많은 관용과 자비가 늘 요구되지만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해 우리들은 슬프고, 외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대한민국종교예술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은 단편 영화 ‘나무아미타불 Christmas’를 동화로 만든 이 작품을 읽고 나는 빙긋 웃음 한 귀퉁이를 베어 물며 상상한다. 크리스마스 날 스님들이 교회에 찾아가 축하해 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하는 모습을…. 사월 초파일 많은 기독교신자와 목사님이 절에 가서 절밥 얻어먹는 모습을…. 만일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 중 해결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겨울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세상에는 수많은 나와 다름이 있음을 말해 주자. 그 다름이 있기 때문에 나의 존재가 개성으로, 독특함으로 자리 잡는 이치를 알려주자. 동자스님이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초대받아 가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도록.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물려받을 세상은 반드시 그래야 하지 않겠나.

고정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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