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13>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竭(갈)은 다하다 또는 물이 마르다의 뜻이다. 竭力盡能(갈력진능)은 있는 힘을 다하고 능력을 모두 발휘한다는 말로서 竭(갈)과 盡(진)은 뜻이 서로 통한다. 모두의 뜻도 있고 없어지다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못의 물을 말린다는 뜻이다. 澤(택)은 못이나 늪을 가리킨다. 恩澤(은택)에서처럼 은혜를, 潤澤(윤택)에서처럼 윤기를 뜻하기도 한다.

漁(어)는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豈(기)는 흔히 반어를 나타내어 어찌 또는 설마라는 말로 풀이된다. 獲得(획득)은 얻는다는 뜻의 글자가 중복됐다. 明年(명년)은 다음 해 또는 내년을 가리킨다. 竭澤而漁(갈택이어)는 후일에 대한 고려 없이 눈앞의 이익만 얻으려는 모습을 비유한다.

모든 일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야지 단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뒤이어 ‘덤불을 태워 사냥한다면 설마 더 잡지 못하겠느냐만, 그러면 내년에는 잡을 짐승이 없다’고 했다. 역시 당장의 이익보다 장래를 고려하라는 말이다. 동시에 눈앞의 이익만을 꾀해 백성을 너무 가혹하게 몰면 장래가 없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말 바로 뒤에 이어진다. ‘속임수는 지금은 잠시 통하지만 장래에 다시 반복할 수 없으니 長策(장책)이 아니다.’ 장래를 고려하라는 말이지만 동시에 속임수가 잠시는 통한다는 점도 암시한다. 오늘날에도 속임수는 횡행한다. 그 폐해에서 벗어나려면 속임수는 잘해야 순간뿐이며 결국 장래를 철저히 망치는 일임을 누구나 절실하게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속임수는 반드시 폭로하고 책임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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