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보문고는 1년간의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자기계발서 ‘시크릿’(살림Biz)이 2007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열린책들), 3위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였다.
연말이 되면 한 해의 출판을 결산하는 다양한 집계가 발표된다. 이런 집계는 대부분 순위로 나타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순위를 매긴다는 건 세인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눈길을 끌 만한 집계를 하나 발견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발표한 ‘2007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도서 표지’였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표지를 대상으로 독자들의 의견을 모아 순위를 정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한 달 동안 2만9000여 명이 투표에 참가해 3권씩을 복수 추천한 결과, 1위는 ‘파피용’(사진)이 차지했다. 2위 ‘살인의 해석’(비채), 3위 ‘지중해 IN BLUE’(좋은 생각), 4위 ‘침대와 책’(웅진지식하우스), 5위 ‘일분 후의 삶’(랜덤하우스코리아), 6위 ‘바리데기’(창비), 7위 ‘천국의 책방’(예담), 8위 ‘우리가 좋아했던 것’(작가정신), 9위 ‘흑과 다의 환상’(북폴리오), 10위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작가정신), 11위 ‘마가렛타운’(북폴리오), 12위 ‘혀’(문학동네), 13위 ‘기다림’(시공사), 14위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 15위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소식을 전해 듣고 1위를 차지한 ‘파피용’의 표지를 보니 참 매력적이다. 우주범선 파피용을 타고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잘 살린 것 같다. 특히 원서에 없던 푸른색 나비를 표지 디자인에 추가해 넣어 우주여행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서늘하면서도 환상적인 표지 분위기가 독자들을 사로잡아 원서보다 더 나은 표지로 평가받았다. 1∼15위의 표지를 보니 대부분 일러스트 스타일에,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들이었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보니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명작가들의 작품이지만 개성이 강한 작품이 많았다. 저작권료가 비싼 외국 사진을 표지로 사용한 책은 순위에 들지 못한 반면 표지 디자이너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처럼 비용이 저렴한 사진을 사용한 책들이 순위에 들어갔다. 명성에 의존하기보다 실질적 효과를 중시한 책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나 특징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발견한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표지가 멋지다고 해서 모두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표지 순위는 베스트셀러 순위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책을 만드는 생각의 변화를 좀 더 섬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년엔 책에 관해 더욱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통계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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