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2000년대 문화 풍경 스케치…‘풍선’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11분


◇풍선/정이현 지음/248쪽·9000원·마음산

젊은 소설가 정이현(35) 씨의 산문집 ‘풍선’에는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문화적 풍경이 가득하다. 영화와 드라마,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상념이 진지하게, 그러나 무겁지는 않게 펼쳐진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사랑이 일상에서 부식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비포 선셋’에서 삶은 ‘구차하게 지속되는’ 것임을 확인한다. 케이블TV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보고 뉴요커의 멋진 패션 너머 대도시 정글에서 맺어가는 수많은 관계를 성찰한다. 이렇게 작가는 특유의 명랑하고 경쾌한 문체로 오늘의 문화를 분석한다. 그는 이제 엄숙주의에 갇혀 있지 않으며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부천 필하모닉의 말러 연주회에 다녀오고, 황병승 시인의 새 시집을 읽고, 동시에 낄낄대며 ‘무한도전’을 보는 것”이 가능한 2000년대의 문화를 민감하게 짚어낸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전송받는 장면을 보고는, ‘똑같은 기억을, 영원히 공유하게 된’ 시대에 대해 사유한다. 동안(童顔)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쏟아져 나오는 화장품을 보고는 “무서운 자본의 논리”라고 한탄하면서도, 자신도 그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 한편 산문 곳곳에서 작가의 유년시절과 20대의 모습을 지나 30대에 이른 오늘날의 모습이 비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고, TV드라마에 빠지고, 인터넷 서핑에 여념 없는, 평범한 젊은이다. 그러나 일상에 서려 있는 예민한 작가의 눈은 그 일상이 어떤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를 알려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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