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친구 사귀는 법’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11분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서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외할머니 댁이 있던 곳은 아주 작은 동네였는데, 아이가 하나도 없어서 외톨이처럼 혼자서 지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교생 삼촌이 읍내에 나가 내 또래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돌아왔다. 친구가 생겨서 좋았지만 수줍음이 많던 나는, 낯선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마당 주위만 맴돌았다. 아이가 집에 가고 나서야 함께 놀지 못한 걸 후회하며 한참 동안 서럽게 울었다. 그 날 이후로 친구를 사귈 기회는 더 많아졌지만 기쁨 망설임 후회 슬픔의 감정은 계속 반복되었던 것 같다.

‘새를 부르는 아이’(크리스토퍼 마이어스 글 그림·마루벌·초등 2∼5년용)의 주인공 자완자도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자완자는 창밖으로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비둘기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숫자와 글자들을 그리며 떼를 지어 날아다닐 뿐, 외로운 자완자한테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자완자는 비둘기들을 향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그때 옥상에서 낯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할아버지는 비둘기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많이 말하기보다 많이 들어야 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절대로 약점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할아버지가 알려준 방법대로 실천한다면 비둘기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를 부르는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면,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있다. 우리 옛 이야기를 다시 다듬어 쓴 ‘길 아저씨 손 아저씨’(권정생 지음·국민서관·5세∼초등 2년용)이다.

옛날에 두 아저씨가 살았다. 길 아저씨는 두 다리가 불편했고, 손 아저씨는 두 눈이 보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서 길 아저씨네 부모님도 손 아저씨네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자,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지팡이를 짚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구걸을 해서 먹고살았던 손 아저씨는 어느 날 길 아저씨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된다. 손 아저씨는 길 아저씨를 찾아가서 서로 돕고 살자고 이야기한다. 그 뒤로 길 아저씨는 손 아저씨의 눈이 되어 주고, 손 아저씨는 길 아저씨의 다리가 되어 준다.

친구란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처럼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고 힘이 되어 주는 존재일 것이다. 두 권의 동화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친구’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보자. 나는 어떤 친구인지 생각해 보고, 좋아하는 친구들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아이들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리리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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