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벼려 生을 헤집는 文靑들의 맥박…신춘문예 예심현장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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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부흥시대 예감”

10대-40대도 응모

“글쓰기의 주체가 확대됐다.”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 현장은 ‘글쓰기 열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블로그, e메일, 청소년 논술 등의 영향으로 폭넓은 세대에 걸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응모작이 크게 늘어난 것.

올해 응모작은 모두 2460편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편이었다. 시 부문 910명, 중편소설 300명, 단편소설 652명, 시조 88명, 동화 271명, 희곡 95명, 시나리오 113명, 문학평론 14명, 영화평론 부문에 17명이 각각 응모했다.

시와 중편, 단편소설, 시나리오 예심은 14일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시는 시인 박형준 김선우 씨가, 중편소설은 소설가 한강 씨와 평론가 김동식 씨가, 단편소설은 소설가 하성란 박성원 윤성희 씨와 평론가 손정수 씨가, 시나리오 부문은 영화사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와 시나리오작가인 최석환 씨가 맡았다.

평론가 손정수 씨는 “신춘문예 응모자 중 경쟁력이 높은 20, 30대 외에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10대와 40대도 눈에 띄었다”면서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한 ‘쓰기 바람’으로 인해 글쓰기 세대에 포함되지 않았던 세대도 글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평론가 김동식 씨도 “중편의 경우 장르 특성상 10대가 도전하기 어려운데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10대의 작품도 있어 고무적이었다”고 평했다.

# 난해한 산문시 줄고

현실성찰 노력 돋보여

시 부문을 심사한 박형준 씨는 “한동안 신춘문예 응모작의 주류를 이뤘던 난해한 산문시나 과도한 형식 실험이 줄어들었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성찰의 노력을 보이는 젊은 응모자가 늘어난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평했다. 김선우 씨는 “젊은 응모자들, 특히 여성들이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를 모성적으로 포용하려는 경향이 많아졌다”면서 “먹고살기 어려워진 젊은 세대의 고민이 투영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시나리오 예심은 올해 처음 실시됐다. 시와 중단편 분야가 호평 받았던 것에 비해 시나리오 응모작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 심보경 대표는 “작품을 쓸 때 영화적인 상상력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석환 씨는 “사변적인 감성보다는 신인다운 도전정신이나 실험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완성도 높은 실험적 글쓰기 많아 본심 올릴 작품 뽑는 데 진땀

심사위원들은 작품 수준이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데 입을 모았다. 소설가 하성란 씨는 “응모작의 경향이 어느 해보다 다채롭고 자유로웠으며 SF나 추리기법 등 장르소설의 형식에 깊이 있는 문학성을 가미한 소설도 주목할 만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원 씨는 “문예부흥시대가 새롭게 도래한 느낌”이라면서 “뛰어난 응모작이 많아서 본심에 올릴 작품을 고르는 데 심사위원들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단편 심사위원들은 특히 응모작 중 만 13세의 중학생이 원고지에 써서 투고한 작품을 언급하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 문장구사 능력 등이 열세 살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을 갖췄다”면서 “본심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장래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떡잎’이 보여 놀랐다”고 밝혔다.

윤성희 씨는 “소설의 내용이 좌절과 상처에만 머물지 않고 회복과 극복을 시도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큰 변화”라고 짚었다. 그는 한편으로 “단편의 경우 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끄는 장치가 중요한데, 응모자들이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한강 씨는 “실험적인 작품들도 보였는데, 이런 경우 그 실험이 현실에 대한 탁월한 알레고리(은유)가 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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