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과 ‘비밀의 문’…러 공사관~덕수궁 돌담길 사진 발견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2분


1896년 당시 덕수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진 돌담길과 작은 문(점선)의 모습.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은 이 길과 문을 통해 비밀리에 덕수궁을 다녀오곤 했다. 사진 제공 이돈수 명지대 교수
1896년 당시 덕수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진 돌담길과 작은 문(점선)의 모습.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은 이 길과 문을 통해 비밀리에 덕수궁을 다녀오곤 했다. 사진 제공 이돈수 명지대 교수
1896년 2월 아관파천(俄館播遷) 이후 1년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당시 이름은 경운궁)을 비밀리에 오갈 때 이용했던 돌담길과 문을 찍은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

덕수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지는 길의 모습이 처음 확인됨에 따라 이 일대 문화유적의 원형 복원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이돈수 교수는 최근 미국 주간지 하퍼스위클리 1897년 7월 24일자에 실린 이 사진을 발견해 17일 공개했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였던 윌리엄 헨리 잭슨(1843∼1942)이 한국을 찾았던 1896년에 찍은 것으로 ‘러시아공사관’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사진은 미국공사관(현 미국대사관저) 바로 북쪽에서 러시아공사관의 동쪽을 바라보고 근접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나오는 돌담길과 작은 문은 당시 미국공사관의 북쪽, 덕수궁 선원전(璿源殿) 구역(역대 임금의 초상을 봉안한 곳으로, 현재 덕수궁 서북쪽 옛 경기여고 터)의 남쪽, 러시아공사관(현재 건물의 탑만 있다)의 동쪽이 서로 만나는 지역에 있다.

이 길과 문은 1900년대 초에 작성된 덕수궁 도면에도 나와 있다. 이 길과 문을 통해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을 왕래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려져 왔으나 실제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고, 2003년에 돌담길이 있던 자리에서 초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경복궁에서 이 길을 통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견해도 있다.

사진을 살펴본 문화재위원 김정동(건축사) 목원대 교수는 “러시아공사관 동쪽 편과 바로 옆 덕수궁 돌담길이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어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의 건물 연구 및 복원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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