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톨킨이 자녀 몰래 보낸 성탄카드
‘산타 할아버지’만큼 온 세상 이들에게 친숙한, 그리고 그 상실을 흐뭇하게 아쉬워하게 되는 신화가 있을까. ‘북극에서 온 편지’는 이처럼 지금도 이어지는 산타클로스 신화의 생생한 현재형이다. 책은 아이들이 산타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모아 엮은 것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산타 할아버지란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걸작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이다.
톨킨의 자녀는 모두 3남 1녀. 책의 편지는 큰아들 존이 세 살 때(1920년)부터 막내 프리실라가 열네 살이 될 때(1943년)까지 무려 24년간 이어진다. 처음엔 그저 의례적이었을 뿐이었던 산타의 카드. 하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실은 톨킨―의 재능을 어찌하랴. 곧 ‘북극 크리스마스 집’에 사는 산타의 무궁무진한 환상이 펼쳐진다.
1925년 카드는 특히 주목된다. 드디어 산타의 동무, 장난꾸러기 북극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뭉툭한 글씨로 카드 여백에 자기 의견도 쓰고 산타의 흉도 본다. 그리고 산타의 정원사 ‘눈사람’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봉투에 주소 적는 일을 도와준다. 뒤를 이어 눈 요정과 붉은 땅의 신령들, 동굴 곰들, 산타의 비서인 요정 일베레스도 선보인다.
이 같은 등장인물들과의 에피소드는 갈수록 신이 난다. ‘북극곰이 거실을 얼려버린 날’을 비롯해 ‘북극곰 실종사건’ ‘도깨비들과의 전쟁’ 등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물론 이 모든 건 그 바쁜 와중에도 톨킨이 아이들을 위해 공들여 꾸민 아름다운 이야기다.
책 속에 실린 톨킨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에게 보낸 카드 구석구석에 저자가 직접 그려 넣은 것이다. 북극 절벽에 있는 산타 할아버지의 집을 비롯한 환상적인 풍경들은 아이들이 이야기에 더욱 실감나게 빠져들게 만들었으리라.
크리스마스이브를 떠올려 보자. 공들여 꾸민 글씨와 예쁘게 채색한 그림카드를 상상해 보자. 양말 속 선물과 함께 반짝이는 눈으로 편지를 읽는 네 아이들. 그리고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톨킨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톨킨의 상상세계를 엿본 독자라면 여기서 ‘실마릴리온’과 ‘호빗’의 대목이 생각날지도. 따스한 미소가 자연스레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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