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10년 만에 우연히 본 제자를 멀리서 선생님께서 소리소리 부르시더란다.
"규하야아 규하야. 빨리 여 좀 와봐 어여. 빨리! 빨리이!"
무슨 큰일 난 줄 안 규하는 하던 일 멈추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달려갔다고 한다.
"선생니-임 부르셨슴미까?"
"응. 그래에…음…그냥 한번 불러바써. 졸업해도 내 말 잘 듣넝가 볼라꼬!"
그러시고는 선생님 가시던 길 가시더란다.
규하는 선생님의 뒷모습만 또 마냥 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고.
- 시집 '꽃이 너를 지운다'(천년의시작) 중에서》
그럼 가던 길 계속 가야지, 되돌아가야 쓰랴? 신발도 안 신고 팝콘 튀듯 튀어나오는 자네 보고 좀 미안키도 했네만, 암만 봐도 제자 뒤통수가 분명한데 내가 그냥 갈 줄 알았나? 못 본 척했으면 쫓아가서 꿀밤 한 대 먹이려던 참인데 냉큼 튀어나오데? 아무튼 열심히 일하는 모습 참 보기 좋았네. 오늘은 바빠서 그냥 가네만 다음엔 차가운 생맥주라도 한 잔 하세. 묵은 해 잘 보내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게. (작은 소리로) 그런데 자네가 이규하였던가 김규하였던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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